부천아트센터 개관… 음향은 합격점, 앞으로 운영이 관건

입력 2023-05-22 04:07
장윤성이 지휘하는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지난 19일 부천아트센터 개관공연을 하고 있다. 부천아트센터의 음향설계는 영국의 예술공간 전문 음향설계로 유명한 애럽(ARUP)사가 맡았다. 부천아트센터 제공

무대 후면 4576개의 파이프에서 울리는 오르간 소리가 오케스트라 연주와 부드럽게 어우러지며 객석을 풍성하게 감싸 안았다. 지방자치단체 설립 공연장 중 처음으로 파이프 오르간을 설치한 부천아트센터가 지난 19일 개관 공연과 함께 첫걸음을 내디뎠다.

부천아트센터 상주악단인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부천필)는 이날 장윤성 지휘, 오르가니스트 이민준 협연으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르간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축전 서곡’을 연주하며 개관을 알렸다. 이어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 연주로 1부를 마무리한 뒤 2부에서는 성악가들이 오페라 아리아의 향연을 펼쳤다. 끝으로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과 앙코르곡으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서곡을 연주하며 파이프 오르간의 매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뒤 관객들은 환호와 함께 열띤 박수를 보냈다. 특히 음향이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콘서트홀의 내부 구조를 객석이 무대를 감싸는 빈야드 형태와 풍부한 반사음향을 추구하는 직사각형 형태의 슈박스 형태를 동시에 구현한 것, 필요에 따라 높이를 변경할 수 있는 6개의 대형 음향 캐노피를 구비한 것은 좋은 음향을 만들어낸 대표적 요소다.

1445석의 콘서트홀과 304석 규모의 소공연장 그리고 상주 단체인 부천필과 부천시립합창단의 연습실과 녹음실, 갤러리 등을 갖춘 부천아트센터는 개관 공연을 시작으로 7월 말까지 석 달간 개관 페스티벌을 이어간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나 소프라노 조수미의 콘서트는 예매 5분 만에 매진되는 등 일부 공연은 자리를 구할 수 없을 정도다.

부천시청 앞 잔디광장에 부천아트센터가 들어서기까지 3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지난 1995년 첫 기본계획안이 통과된 뒤 부지와 예산 문제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다가 2019년에야 착공식을 가진 뒤 이날 정식 개관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부천의 브랜드로 자리잡으려면 운영이 관건이다. 무엇보다 클래식 특화 공연장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시민 대상 교육사업 등을 활발하게 펼쳐야만 시민의 지지 속에서 부천시의 안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서울 관객을 끌어오는 것보다 부천 시민이 클래식 음악을 가깝게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은 부천아트센터와 부천필, 부천시립합창단 등 시립예술단체와의 관계다. 현재 전속단체가 아닌 상주단체로 있는 형태는 전체 프로그램 기획 등 전반적인 운영과 조직·예산의 효율성 등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천시 역시 처음에는 재단법인으로 운영되는 부천아트센터를 시립예술단의 운영 주체로 둘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부천시립예술단의 재단법인화 문제를 놓고 오케스트라 노조가 부천시장과 당시 지휘자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하는가 하면 지휘자가 병가에 들어가는 등 논란이 일면서 보류된 상태다. 공연행정 전문가들은 예산 등 운영에서 자체적 책임을 지는 재단법인화가 예술단 기량 항상 등 발전에 도움 된다는 입장인 데 비해 노조는 단원의 고용불안과 근로조건 저하 등의 문제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천아트센터 개관 이후 부천시립예술단의 재단법인 소속 변경 문제는 머지않은 시기에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부천아트센터와 부천시립예술단이 이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부천=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