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딸로 며느리로… 돌봄 노동 80%는 ‘여성의 몫’

입력 2023-05-22 21:15 수정 2023-11-13 20:07

5월은 돌봄의 날들로 가득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우리는 돌봄을 받으며 자라서 자식과 친구를 보살피다가 돌봄을 받으며 늙어 간다. 어머니가 해주던 달걀찜, 어린 자식의 손을 잡고갔던 동물원, 보드라운 손주의 뺨, 이런 것들이 너무나 즐거웠기에 돌봄의 날들은 모두 아름다운 봄의 절정, 5월에 있다.

‘돌봄’은 크게 네 종류가 있다. 보육 돌봄, 노인 돌봄, 장애인 돌봄, 환자 병구완 등이다. 아이를 키우고 노인을 모시는 일은 거의 모든 가정에서 기본적으로 일어난다. 심한 장애나 긴 병을 앓는 이가 있다면 추가적인 부담이 생긴다.

이 모든 돌봄의 공통 부분에 여성이 있다. 아이를 키울 때는 어머니로, 노인을 모실 때는 딸이나 며느리로 돌보지만, 모두 여성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자식이 심각한 장애인일 때 그 부담은 부모의 삶을 통째 앗아가기도 한다. 이 때도 어머니는 특별한 부담을 지는 일이 많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기억하는 ‘아름다운 전통’의 바탕에는 ‘여성’의 부담이 있었다. 3중, 4중인 일도 있었다. 그래서 한 시인이 울었다.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돌봄이 과다할 때 그것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이 된다. 깨닫고 보면 “아! 어머니는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돌봄 노동의 80% 정도는 여전히 여성 의 몫이다. 아이들 돌보는 일은 여성에게 자기 성취를 포기하게 해 경력 단절을 가져온다. 일단 아이를 낳으면 안 키울 수 없으니 현명한 선택은 결혼을 하지 않고, 하더라도 출산은 안 하거나 한 명만 낳는 것이다. 이것을 여성의 책임으로 미루면 안된다.

세상에서 제일 센 줄 알았던 부모는 때가 되면 늙어 간다. 자신도 눈이 어두워지고 어깨가 굳어질 무렵, 부모님은 칠순을 넘기신다. 부모를 모시느냐 마느냐를 두고 부부, 형제간에 고민을 거듭하다 다툼이 이는 일도 적지 않다. 결국은 노인 시설에 보내놓고 가책으로 밤을 샌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행복과 아이·노인의 행복은 ‘충돌’한다. 이것이 우리의 모든 가정에 끼어 있는 먹구름의 정체다. 그리고 이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

따뜻하고 행복하게 주고 받아야 할 돌봄이 불행의 원천이 되는 사회, 우리는 돌봄의 함정에 빠져 버렸다.

김용익 (재)돌봄과미래 이사장,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