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적은 비만인, 당뇨·지방간·심혈관질환 위험 높아진다

입력 2023-05-23 04:06

노화와 신체활동 감소 등으로 근육량과 근기능은 주는 반면 지방량은 늘어나는 ‘근감소성 비만자’가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근육이 적은 비만인은 마치 간에 지방이 쌓이는 지방간처럼, 근육에도 지방이 쌓여 근육의 질이 떨어지는 ‘근지방증’ 위험이 4배 가량 높다는 연구결과나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정창희·조윤경, 건강의학과 김홍규 교수팀은 2012~2013년 건강검진받은 20세 이상 가운데 간·심혈관 질환 발생 이력이 없는 1만3612명의 복부CT 영상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22일 밝혔다.

근지방증은 당뇨병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심혈관질환 등과 관련있는 것으로 최근 밝혀지고 있다. 근감소증은 골격근이 양적, 질적으로 퇴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팀은 대상자의 전체 복부 근육을 건강한 근육과 그렇지 못한 근육 등으로 세분화한 뒤 건강한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좋은 근육량 지표)을 개인별로 산출했다. 좋은 근육량 지표가 가장 낮은 4분위(남성 73.56%, 여성 66.97%)에 속한 사람은 근지방증이 있는 것으로 간주했다. 근감소증은 골격근량을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로 조정한 값을 기준(남성 0.789, 여성 0.512 미만)으로 판단했다. 비만은 BMI 25㎏/㎡ 이상인 경우 해당한다.

분석 결과 근지방증을 가진 비율이 근감소증도 비만도 아닌 정상그룹(310명)에서는 17.9%였던 반면, 근감소성 비만 그룹(9353명)에서는 54.2%로 나타났다. 정상그룹의 근지방증 발생 위험을 1로 봤을 때 근감소성 비만 그룹에서는 근지방증이 생길 위험이 3.7로 4배 가까이 높았다.

연구팀은 “근감소성 비만은 지방 독성, 만성 염증, 인슐린저항성 등을 유발하고 그 결과 정상 근육의 양과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근지방증은 근감소성 비만의 진행 경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창희 교수는 “근지방증과 근감소성 비만은 서로 부정적 시너지를 내기 때문에 대사 건강을 위해 복부 내장지방을 감량하는 것 뿐 아니라 근육의 양과 질을 함께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홍규 교수는 “질 좋은 근육을 늘리려면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능하다면 전문가 도움을 받아 개인 몸 상태에 맞는 운동 비율과 강도를 지키며 꾸준히 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비만(Obesity)’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