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진행된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사상 최초로 TV 부문의 예능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TV가 아닌 웹 예능이 작품상 후보에 올라 수상까지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플랫폼 환경의 변화와 시청자들의 이용 패턴 변화에 발맞춰 TV뿐 아니라 OTT에서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까지 심사 범위가 확장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피식대학처럼 공중파에서 공개 코미디가 사라진 뒤 유튜브로 주 무대를 옮긴 개그맨들이 희극인으로 정체성을 유지하며 코미디의 계보를 잇고 있는 채널이 늘고 있다. 이들은 유튜브의 자유로움 속에서 서로의 채널을 넘나들며 다양한 소재와 ‘부캐’(부캐릭터)로 구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최근 구독자 44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빵송국’의 개그맨 이창호가 더미션의 복음식당을 방문했다. ‘재벌 3세 이호창 본부장’ ‘한사랑 산악회 이택조’ ‘아이돌 그룹 매드 몬스터’등 부캐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그와 역시 부캐 ‘홍카주’(홍대 인근의 카페 주인을 닮아 붙여진 별명)로 활동 중인 임형규 목사(라이트하우스 서울숲)가 만났다.
피식대학처럼 공중파에서 공개 코미디가 사라진 뒤 유튜브로 주 무대를 옮긴 개그맨들이 희극인으로 정체성을 유지하며 코미디의 계보를 잇고 있는 채널이 늘고 있다. 이들은 유튜브의 자유로움 속에서 서로의 채널을 넘나들며 다양한 소재와 ‘부캐’(부캐릭터)로 구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최근 구독자 44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빵송국’의 개그맨 이창호가 더미션의 복음식당을 방문했다. ‘재벌 3세 이호창 본부장’ ‘한사랑 산악회 이택조’ ‘아이돌 그룹 매드 몬스터’등 부캐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그와 역시 부캐 ‘홍카주’(홍대 인근의 카페 주인을 닮아 붙여진 별명)로 활동 중인 임형규 목사(라이트하우스 서울숲)가 만났다.
홍카주(이하 홍)=요즘 아주 핫한 유튜버이자 개그맨 이창호씨를 만나 뵙게 돼 영광입니다. 오늘 준비한 식사는 하이라이스인데, 맛있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먼저 개그맨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창호(이하 이)=초등학교 때 친구들이 싸우면 꼭 저를 불렀어요. 제 얼굴을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난다고요. 그래서 일기장에 “개그맨을 해야겠다”고 적어놨는데 잠깐 잊고 살았어요. 고교 시절 교회에서 성극을 하면서 다시 개그맨의 꿈을 꾸게 됐습니다.
홍=2014년 KBS 개그맨 공채로 데뷔하셨죠.
이=19살에 개그를 시작해서 27살에 개그맨이 됐어요. 개그맨이 되고 무대에 올라간 뒤 그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면 일약 스타가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고민만 생기고 스트레스만 늘더군요. 무대에 올라가서 웃기는 건 고사하고 코너 하나 통과되는 것도 너무 힘들었어요. 내가 무대에 나가려면 누군가는 무대에 못 올라가는 경쟁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면서도 슬펐습니다.
홍=우리나라에서 정말 웃긴 사람만 모인 곳이라 스트레스가 컸을 것 같네요. 혹시 부러웠던 사람도 있었나요.
이=개그맨 동기 14명이 뽑혔는데 개성이 다 달랐어요. 누군가는 아이 같고 순수해서 뽑혔고, 다른 누군가는 몸을 쓰는 동작이나 아크로바틱을 잘하는 동료도 있었죠. 내가 없는 능력을 갖춘 영웅을 만나는 느낌이라 모두 다 부러웠습니다.
홍=개콘 종영됐을 때 마음은 어땠나요.
이=그때 출연자들이 나라를 잃은 백성처럼 울었어요. 대한민국 코미디 역사의 산 프로그램이었고 개그맨들이 몸담고 있었던 직장인데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됐으니까요. 그런데 곽범이랑 저만 울지 않았어요. 사라진 무대는 추억과 과거로 남겨두고 새로운 플랫폼의 개그 무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홍=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이=개콘도 종영된 시점에 먹고 살길이 막막했어요. 현 소속사 회장님에게 생활비 지원을 받으며 곽범과 ‘유튜브 6개월만 해보고 안 되면 다른 길을 가자’ 다짐하고 시작했어요. 6개월간 구독자 수가 3000명도 안 됐죠. 그런데 마지막 주에 올린 콘텐츠가 대박 나며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습니다.
홍=인기 유튜버의 삶은 어떤가요.
이=이제는 가격표 안 보고 맛있는 음식 주문해서 먹고 사고 싶은 것을 사고 그리고 어딘가에 내가 가진 것을 조금 나눌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홍=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도 많이 하던데요.
이=예전에는 ‘이런 선행을 뭣 하러 주변에 알리나, 하나님만 아시면 됐지’ 그랬는데, 제 선행을 본 다른 사람이 또 다른 이웃을 돕는 걸 보면서 조금씩 알리게 됐어요. 저의 작은 선행으로 누군가 ‘아직 살만한 세상이구나’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것 같아요.
홍=자, 하이라이스가 완성됐습니다. 한번 드셔보시죠.
이=하이라이스 진짜 오랜만에 먹어 보는 것 같습니다. 정말 맛있네요!
홍=피식대학을 비롯해 요즘 유튜버로 활동하는 개그맨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유튜브에서 특별히 코미디 채널이 잘 되고 있는데 대부분 동료예요. 쇼박스나 싱글벙글 채널 등 요즘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칭찬도 하지만, 질투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쟁의식이 없으면 발전이 없으니까요.
홍=교회 오빠로도 유명한데, 어떤 스타일의 교회 오빠인가요.
이=분명히 교회에서 봤는데 교회 밖에서 더 많이 본 것 같은 그런 교회 오빠요.(웃음)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고 삶 속에서 그분의 향기가 나야 하는데 아직은 세상의 향기도 섞여 있는 것 같아요. 믿음의 걸음마를 하며 자꾸 넘어지는 제 신앙은 아직 갓난쟁이에 불과합니다.
홍=앞으로 더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이=아직 우리나라에는 코미디언이 주연으로 제작된 영화가 없어요. 외국이나 넷플릭스에서는 스탠딩 코미디나 드라마 등 코미디언이 주인공인 콘텐츠가 제작되는 세상인데도 말이죠. 유튜브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 플랫폼에서 도전하는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