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쿠시마 시찰단, 제대로 된 검증이 관건

입력 2023-05-20 04:01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시찰단 구성과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처리 과정을 점검하는 한국 정부 시찰단이 21~26일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시찰단은 일본 관계 기관과 기술 회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관리 실태 확인 등을 통해 시설 운영 상황과 방사성 물질 분석 역량을 직접 확인할 방침이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산하기관 전문가 21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시찰단 파견은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19일 평소 핵 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철저한 검증을 요구해온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10명 내외의 자문그룹을 별도 구성했다. 하지만 이들은 현장을 직접 확인할 시찰단에는 포함되지 않아 한계를 드러냈다. 정부 산하기관들만 현장 시찰에 참여하면 아무리 전문가라도 정부와 다른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시료 채취를 우리가 직접 하지 않는 것도 여전히 우려가 높다. “실제 검증에 가까운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던 한국 정부와 달리 일본은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는 않을 거라고 선을 그어왔다. 이날 발표된 시찰단의 일정을 보면 오염수 정화 시설인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집중적으로 확인한다지만 일본이 제출한 자료들을 기반으로 회의에 참여하는 것이라 우려스럽다.

정부는 일본의 입장을 배려하되 안전성 여부를 실질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후쿠시마에는 현재 방사능 오염수 132만t이 저장돼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다음 달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면 일본은 이르면 7월 오염수를 해양 방류할 계획이다. IAEA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를 한다고 해도 일본의 최인접국인 한국은 오염수 방류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어민 등 자국민도 아직 납득시키지 못했다. 하물며 한국 국민이 불안해하는 건은 당연하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안전 기준을 제시하고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찰단이 검증 없이 단순 시찰에만 그친다면 일각의 주장대로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활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밖엔 되지 않는다. 원래 취지와 달리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불신을 해소시킬 길은 제대로 된 검증뿐이다. 시찰의 목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