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슬픔으로 아름다움을 설명할 수 있는 별들의 표정을 나는 알아요

입력 2023-05-18 20:26

…(전략)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멀리 갔다는 것을 깨달을 때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되돌아 마을로 옵니다
마을로 돌아올 때 나는
뉘우칩니다
우리는 이렇게 살다 죽고 오랜 세월이 흐르고
그때도 새들은 날고 나뭇가지들은 바람에 흔들릴 텐데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뒤돌아보며 슬퍼하지요
슬픔으로 아름다움을 설명할 수 있는 별들의 표정을 나는 알아요
한숨을 땅에 묻으면 새싹이 돋아나는 아픔이 인생이라는 것을 압니다

…(후략)

-김용택 시집 '모두가 첫날처럼' 중

“조금 멀리 갔다는 것을 깨달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시인은 “되돌아 마을로 온다.” 여기서 마을은 떠나온 고향, 자연, 시골 등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이 시의 앞 부분에 “한 걸음 두 걸음 세상을 향해 나가던 외롭고 찬란했던 그 순간들을 나는 기억해두었습니다” “나는 늘 마을을 뒤돌아보았습니다 애잔은 내 시의 처음이었으니까요”라는 문장이 있다. ‘마을로 돌아오기’를 통해 아름다움이 뭔지, 인생이 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