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서울병원 PA간호사 의료법 위반 정황 포착

입력 2023-05-19 00:04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관련 향후 대응방향 발표를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대한간호협회가 “불법지시를 거부한다”며 준법투쟁에 들어가면서 그간 관례처럼 해 왔던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업무의 위법성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도 국내 대형병원에서 PA간호사가 불법적 의료행위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PA간호사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PA간호사가 면허 외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조사 중인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12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삼성서울병원이 계약직 PA간호사 채용 공고를 내고 실제 1명을 채용하자 법 위반이라며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병원 측은 업계에서 통용되는 명칭을 쓴 것일 뿐, 면허 범위를 넘는 업무 지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PA간호사 채용 공고만으로는 위법 여부를 따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경찰은 삼성서울병원에 근무하는 PA간호사가 실제 초음파검사로 소변량을 측정하는 등의 실질적 의료행위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 병원 관계자 진술 청취 등을 한 경찰은 이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에 해당 내용을 질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양쪽 협회 의견을 종합해서 전체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수술실 간호사’라고도 불리는 PA간호사는 의사를 대신해 처방, 수술, 기록, 채혈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국내에서 운용 자체가 법 위반이지만,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PA간호사의 업무 외 의료행위를 묵인해 왔다. 국내 의료시스템의 어두운 그늘의 단면이기도 하다.

실제 2020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PA인력 28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4%가 의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PA간호사의 규모는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PA간호사 문제는 간호법 갈등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7일 간호협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PA간호사가 관례적으로 해왔던 의료행위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거부할 업무 리스트에 대리처방·수술·기록뿐 아니라 채혈, 초음파와 심전도 검사 등도 나열했다. 간호협회는 더 나아가 병원 측의 불법적인 지시로 이런 관행이 퍼져 있다고 보고, 불법진료신고센터를 운영해 사례 수집도 하기로 했다.

의사단체도 PA간호사의 위법한 의료행위를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명하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 업무 범위가 세세하게 존재하지 않아 위법성에 대해서는 재판이나 유권해석을 따라야 한다”며 “의료 신기술 등장 등으로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명확히 구분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업무 범위 지침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