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은 곧 비용이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수많은 청구서가 날아든다. 그중에서 가장 큰 부담은 주거비용이다. 학업과 일자리를 위해 도시로 이동하는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충남 부여에서 상경한 박영은 고수플러스 대표도 이런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서울에서 일자리를 얻어 고시원부터 기숙사 친척집 친구집 등을 전전했다. 박 대표는 고생한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난해 6월 주거구독 플랫폼 ‘독립생활’을 출시했다.
박 대표는 1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간과 비용, 효율적인 공간 활용 등을 고려하면 고시원 만한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안경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박 대표는 서울살이 초기에 일자리를 찾아 왕복 4시간 거리를 오갔다. 이동으로 날리는 시간이 아까워 직장과 거주지가 가깝다는 의미의 ‘직주근접’을 중시하게 됐다. 잠만 자고 나오는 집에 큰돈을 쓰기도 아까웠다. 어디에나 있는 고시원을 보며 임대 사업을 고려하다 고시원 문제 전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 구상한 사업은 고시원 문제 해결 솔루션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고시원의 가장 큰 문제는 공실률이었다. 박 대표는 고시원 사장들의 공실 문제를 해결해 주고, 주거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들에게는 고시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고민을 거듭한 끝에 독립생활이 탄생했다. 독립생활은 보증금 없이 지낼 수 있는 월 단위 주거 공간을 확보하고 비대면 계약 및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독립생활은 확장현실(XR) 기반의 ‘3D 룸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사장님들도 늘고 있다. 박 대표는 “룸투어 영상을 통해 공용주방의 찌든 때 등을 잘 살펴보거나 유튜브에 올라온 고시원 방문 콘텐츠 등을 참고하면 좋은 고시원을 고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독립생활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해 1억원 수준이던 독립생활 매출액은 올해는 반년도 지나지 않아 1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제휴를 맺은 고시원은 457곳이다. 전국 고시원의 3% 수준에 불과하지만 80%의 제휴 고시원을 확보하는 게 박 대표의 목표다.
그는 고시원 이미지 변신에도 앞장서고 있다. 10개월 구독 시 1개월 무료 이벤트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박 대표는 “서글픈 곳이 아니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시원 구조를 만들고 싶다”며 “괜찮은 고시원이 많은데 잘 몰라서 누리지 못하는 청년들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