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 경기도 화성·구리 등 전세사기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가운데 지역교회가 피해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향후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교계의 동참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가구는 지난달말 기준 2484가구다. 이 지역 희년공동체교회(김은신 목사)는 최근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를 찾았다. 대책위를 찾은 단체 중 교회는 이 교회가 처음이다. 김은신(63·사진) 목사는 18일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국민신문고’를 활용할 것을 권했다. 피해자 개개인이 원한다면 국민신문고 작성을 일일이 돕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대책위와 함께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목소리도 내겠다”고 말했다. 국민신문고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민원신청 창구를 말한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이자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안상미 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도움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김은신 목사가)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줘 큰 위로가 됐다”며 “피해자 가운데 국민신문고 작성 희망자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했다.
도움의 손길을 내민 희년공동체교회는 성도 5명에 불과한 미자립교회다. 최근 방문한 교회엔 간판도 없었다. 예배당은 부대찌개 식당 건물 2층에 있어 ‘부대찌개 교회’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지난달 목사 안수를 받은 김 목사는 평일에 학교 도서관 사서교사로 일하는 이중직 목회자이기도 하다.
김 목사는 주거 빈곤을 겪었던 당사자다. 그는 2015년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생활고를 겪다가 이듬해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렸다.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50%였던 전세임대주택 재계약 소득·자산 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김 목사는 “사흘 만에 국토교통부 담당자가 ‘기준 변경을 검토 중이다. 상황을 듣고 보니 기준을 75%로 높이면 지원 대상이 될 것 같다’고 했다”며 “일주일이 지나 보도자료가 나왔고 이후 지원 대상이 됐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시민들의 청원으로 함께 만든 변화였다”고 말했다.
김 목사의 결단에 연대와 지지를 보내는 목회자도 있다. 김도진(인천 미문의일꾼교회) 목사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는 좀 더 확대하면 인천 전체의 문제이고 대한민국 전체를 휩쓴 사회적 재난”이라며 “피해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교회 안팎에서 목소리 내려고 한다.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와 협력하면서 사역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 농성을 벌이는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와 함께하겠다는 목회자도 있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상임대표인 전남병(하남 선한이웃교회) 목사는 “국회에 모인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사각지대가 없는 피해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모든 피해자가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함께 시위하겠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피해자들은 계약상 돌려받기로 한 전세금을 돌려받길 바랄 뿐이다. 권리를 보장받는 일에 교회가 함께 목소리를 내주면 고맙겠다”고 강조했다.
인천=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