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 불똥에… 産銀, 1200억 신주 발행

입력 2023-05-19 04:05
산업은행 본점 전경. 국민일보DB

KDB산업은행이 정부로부터 현금 1200억원을 긴급 수혈받았다. 자회사인 한국전력공사 적자가 산은 재무 건전성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이 2020년부터 약 3년간 정부로부터 받은 돈은 5조원이 넘는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이날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120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전액 현금 출자해 5000원짜리 산은 주식 2400만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앞서 산은은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정부로부터 현금 3조9000억원과 현물(한국토지주택공사 주식) 1조원어치를 출자받은 바 있다.

정부가 수조원의 돈을 내준 것은 산은 곳간이 밑 빠진 독처럼 비었기 때문이다. 금융사가 위험 자산 대비 돈을 얼마나 쌓아뒀는지를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을 보면 산은은 올해 1분기 말 13.08%로 감독 권고치(13%)를 간신히 넘겼다. 당장 오는 2분기 말 산은 BIS 비율이 권고치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은 재무 건전성이 저조한 이유는 한전 탓이 크다. 지난해 한전은 32조6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도 6조1800억원에 이른다. 이런 적자는 지분법 평가에 따라 한전 주식의 32.9%를 보유한 최대 주주 산은의 BIS 비율을 끌어내리는 결과를 낳는다. 산은에 따르면 한전이 1조원의 영업손실을 내면 산은 BIS 비율은 0.06% 포인트 하락한다. 산은은 후순위채를 발행하거나 구조조정 기업을 하루빨리 매각해 BIS 비율을 스스로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