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어머니’ 尹 대통령과 나란히 입장… 헌정·기념 공연 함께 관람하며 눈물

입력 2023-05-19 04:06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오른손을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검은색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은 5·18민주묘지 정문인 ‘민주의 문’에서 ‘오월의 어머니’ 15명을 맞이한 뒤 기념식장에 함께 입장했다. 유족 대표, 국가보훈처장, 광주시장 등과 입장하던 관례를 깬 것이다. 연합뉴스

광주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18일 열린 43주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오월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정·기념 공연으로 절정을 이뤘다.

남편과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후 통한의 세월을 보내온 오월의 어머니들은 짧은 공연을 지켜보며 하염없는 눈물을 다시 훔쳤다. 3000여명의 참석자들도 눈과 귀를 떼지 못했다. 어느새 머리 위에 내려앉은 백발에 허리가 구부정한 오월의 어머니들은 가랑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흰 한복 위에 비닐우의를 겹쳐 입고 기념식장 맨 앞자리에 앉았다.

파격적인 배려였다. 이들은 5·18묘지 입구 ‘민주의 문’ 앞에서 한참을 기다리던 윤석열 대통령과 나란히 걸어 들어오는 ‘주연 배우’가 됐다. 이후 헌정·기념 공연이 이어지자 너나없이 손수건을 꺼내 들고 헌정곡 ‘엄니’ 등으로 꾸민 노래와 영상을 듣고 지켜봤다. ‘엄니, 무등산 꽃 피거든 한 아름 망월동에 심어주소.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등 가사가 울려퍼지자 오월 어머니들은 눈물을 흘렸다.

할아버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대신해 ‘사죄’에 나선 전우원씨는 이날 기념식에 전씨 일가로는 처음 참석했다. 전날 금남로 전야제에도 전씨는 기념식장 한켠에서 5월 유족들의 아픔에 조용히 함께했다.

이날 기념식은 5월 단체 간 계속된 갈등으로 당시 주역인 5·18단체 회원 상당수가 불참했다. 대형 태극기를 5·18추모탑에 세로로 내건 기념식장은 5월 단체 회원에게 할당된 무대 기준 우측의 상당수 자리가 주인을 잃은 채 텅 비어 썰렁했다.

광주 지역에선 윤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한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여부에 대해 구체적 일정 등을 제시하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분위기도 적잖았다. TV 생중계를 통해 기념식을 지켜본 광주시민들은 윤 대통령이 5·18이 헌법정신 자체라고 에둘러 표현한 데 대해 “행동이 아닌 말에 그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대선 과정에서 직접 수차례 말하고 약속한 대로 5·18을 헌법 전문에 꼭 수록하는 데 앞장서 달라”는 반응을 보였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