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린 특권들 가운데 하나는 세계 많은 지역을 방문한 것이다. 주로 학회 참석, 강의와 특강, 집회, 방송 등을 위해서였지만 선교와 구제를 위한 것들도 더러 있다. 선교와 구제를 위해 간 곳들은 우간다, 말라위, 탄자니아, 캄보디아 같은 가난한 나라일 수밖에 없다.
말라위는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 내가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나라다. 거기에 내 이름이 붙은 건물이 하나 있다. 1990년대 이화여대 간호대 학장과 서울 사이버대학 총장을 역임하신 고 김수지 박사가 그 나라에서 간호사 양성 봉사를 하고 있을 때 구호 활동에 쓰라고 기아대책을 통해 2000만원을 원조한 적이 있다. 그 돈으로 김 박사는 장애인들을 위한 건물을 하나 짓고 나의 허락도 없이 ‘SON BONG HO HALL’이란 이름을 붙였다. 큰 방이 너 댓개나 되는 꽤 큰 건물로 장애인 작업, 주간 보호, 성경공부 등 30여개의 활동이 밀알복지법인 선교사의 관리 아래 이뤄지고 있다.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장애인들이 재봉틀을 이용하여 마스크를 만들어서 전국에 판매했는데 한국 돈 1억 원의 소득을 올렸다 한다.
2016년에 받은 민세상 2000만원 가운데 500만 원은 그 장애인 건물 부엌 설치를 위해 보내고 나머지 1500만 원은 기아대책을 통해 말라위의 한 초등학교에 보냈다. 그것으로 맨땅에 앉아 공부하던 학생 570명이 처음으로 책걸상을 갖게 되었다.
2013년에 말라위에 가서 준공식에 참석하고 가난한 나라의 장애인들이 당하는 참혹한 고통을 보고 왔다. 치료만 받으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었는데도 병원이 없거나 돈이 없어 장애인이 된 사람들이 무수했고 장애가 있기 때문에 더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모든 나라의 장애인이 다 불편하지만 가난한 지역의 장애인은 정말 비참했다.
말라위의 경험은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고통에도 정도가 있으므로 고통을 가장 많이 당하는 사람부터 도와야 한다는 것과 같은 액수의 돈이나 같은 능력이라도 가난한 나라에서 그 효용성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2000만원으로 땅 한 평 사기도 어렵지만, 말라위에서는 큰 건물을 지어 수많은 장애인을 돌볼 수 있다. 단돈 1500만 원으로 땅바닥에 앉아 공부하던 아이들 570명이 책걸상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구제하되 작은 능력으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의 많은 고통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넉넉한 지역, 부유한 사람이 조금 절약하면 가난한 나라 약한 사람에게 큰 이익을 줄 수 있으므로 한국인의 절약은 도덕적 의무이며 모든 사치는 범죄라고 믿게 되었다. 그래서 최근에 11억원을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해서 ‘장애인권익기금’을 조성했다. 더 많은 분이 이 기금에 동참하도록 기금 이름에 나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정리=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