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6개월간 운전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34살이 돼서야 운전면허를 처음 땄다. 매번 바쁘다는 이유로 미룬 운전면허를 이번에는 꼭 따고 말겠다는 각오하에 중고차부터 덜컥 질렀다. 운전면허는 한 번에 땄다. 따로 20시간의 운전 연수도 받았다. 아직 능숙하지는 않지만 웬만한 곳은 운전해서 갈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이동의 범위가 넓어졌고, 출퇴근 기본 왕복 세 시간인 경기도민으로서 더 이상 대중교통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좋았다. 운전 이거 별거 아닌데 괜히 겁부터 냈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운전을 한다. 대략 우리나라 인구의 60%가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다. 이들 중 운전을 ‘잘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잘하는 운전의 기준을 세워본다면 교통법규를 제대로 준수하면서 안전운전을 하는 게 기본일 것이다. 고리타분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실은 매우 중요한 이야기다. 음주운전 뺑소니로 30대 가장이 사망하고, 대낮에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음주운전으로 초등학생이 사망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최근 버스가 우회전 신호를 무시한 채 우회전하다 길을 건너는 초등학생을 치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운전은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행위지만, 우리는 운전의 보편성에 이를 쉽게 망각하곤 한다.
교통사망사고 이슈가 날 때마다 각종 대책이 쏟아진다. 처벌 강화부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법안들이 만들어진다. ‘민식이법’과 지금은 위헌으로 결론이 난 ‘윤창호법’이 대표적이다. 음주운전 적발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4년 전에 강화됐다. 우회전 시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가 줄어들지 않자 일시정지하도록 관련법도 개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십수 년 동안 국회에 묵혀 있던 음주운전 시동장치 의무화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사람에 한해 차량에 음주측정기를 달아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일 경우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 예방을 위해 ‘노란 횡단보도’를 전국적으로 확대한다고 17일 밝혔다. 법원에서도 처벌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최근 제주지방법원은 음주운전 재판 중 사망사고를 낸 20대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면서 전체적으로 음주운전 건수는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재범률은 매해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처벌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얼마 전 음주운전과 관련된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6회 이상 적발된 음주운전자들의 판결문을 볼 수 있었다. 음주운전으로 징역까지 살고도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돼서 재판을 받는 중인데도 또다시 음주운전을 해서 단속에 걸린다. 2~3년에 한 번꼴로 꾸준하게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다. 결국 운전자가 ‘운전은 무조건 안전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교통 쪽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한 한 경찰은 아내가 뒤늦게 면허를 땄을 때 8개월 동안 출퇴근을 함께하면서 연수를 해줬다고 한다. 8개월 뒤에야 혼자서 운전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고, 그 이후부터 아내 혼자 차를 몰고 다녔다는 것이다. 도로 위 차량이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로 돌변할 수 있는지를 그는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운전면허 취득 요건이 훨씬 까다롭다. 일본은 60시간의 교육을 진행하며 심성 교육부터 장내 기능 및 도로주행, 긴급상황 대응 등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운전면허 취득이 어렵기로 소문난 독일은 교육에만 2~3개월의 시간이 든다. 응급처치 교육 이수, 야간 주행 및 고속도로 주행까지 통과해야 한다. 면허취득에 드는 총비용만 200만~300만원이다. 8~10세 어린이에 한해서는 자전거 면허가 있어야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한다. 면허 취득의 출발선부터 운전에 임하는 자세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운전을 시작하고 6개월 만에 결국 사고를 냈다. 좁은 주차장을 빠져나오다 주차된 차량의 앞코를 긁었다. 덜덜 떨리는 마음으로 차에서 내려 확인해 보니 번호판이 떨어져 있었다. 차주는 감사하게도 괜찮다고 말했다. 보험사에 신고를 접수하고 차에 앉았는데 떨리는 손이 멈추질 않았다. 운전이 별거 아니긴, 이렇게 방심하는 순간 사고가 난다.
이가현 사회부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