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역 도시에 글로벌 브랜드를 붙인 관광호텔을 처음 오픈했다. 뉴스에도 나올 만큼 주목을 받았다. 오픈식에는 시장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참석해 축하와 덕담을 나눴고, 지역 주민들의 큰 기대와 국제행사 개최의 청신호라는 예측 등이 속속 귀에 들려왔다.
2018년 5월 한국에 돌아와 어느덧 16번째다. 그렇지만 새로운 호텔의 문을 여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역시 깨달았다.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건 호텔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규모와 관계없이 새로운 호텔을 준비하는 데는 약 2~4년의 시간이 걸린다. 잘못 꼬이면 5년을 넘기기도 한다. 문을 열기 직전 두세 달 동안 함께 일하는 이들 모두의 예민함은 극에 달한다.
프로젝트 PM팀은 공사를 마무리하면서 각종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운영팀은 호텔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놓고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갓 완성된 호텔 시설에 익숙하지 않으니 모두들 우왕좌왕하는 건 당연지사다.
어떤 객실에서는 설정 온도인 50~52도의 온수가 제대로 나오지만 어떤 객실에서는 52도를 훌쩍 넘는 너무 뜨거운 온수가 쏟아진다. 똑같이 공사를 했는데 어떤 객실의 샤워실 바닥은 배수가 되지 않아 물이 고인다. 모든 문제는 오픈 전에 무조건 해결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 객실은 판매할 수 없으니 당연하다. 공사팀과 운영팀 간 살벌한 신경전이 펼쳐진다. 인터넷 연결 시점도 예민하다. 호텔 운영 시스템은 온라인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제때 연결되지 않으면 일을 시작할 수 없다.
국내 호텔 인력난은 심각하지만 지역은 더 심각하다. 호텔에서 일한 경력이 없어도 배울 자세만 갖췄다면 채용할 때도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힘들어 곧 그만두는 이들이 많다. 가까스로 채용한 직원이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면 비상이다.
매번 반복되는 문제도 있다. 전문용어로 공간 스타일링 또는 스테이징이라고 하는 작업은 화룡점정이다. 호텔 곳곳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꾸미는 데코레이션 작업이다. 요즘은 식물, 라이프스타일, 책, 조각품, 꽃병, 쿠션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하려면 비용이 꽤 들어간다. 국내에서는 이 비용에 대한 저항이 유난히 높다. 하지만 그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호텔 오너를 직접 설득해서라도 반드시 진행하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껏 공들여 만든 호텔이 썰렁하고 허전해 보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객실 샤워 바닥부터 로비의 꽃장식까지 호텔의 아름다움과 편리함을 구현하기 위한 이 모든 작업은 함께하는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무수히 많은 논쟁과 신경전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설득하고 때로는 협상한다. 이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예민함의 긴장도는 아무리 많은 호텔의 문을 열어도 결코 낮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긴장도가 낮아질수록 호텔의 퀄리티는 보장할 수 없으니 기꺼이 그 높은 긴장도를 받아들이며 나는 또 새로운 호텔의 문을 열 준비를 한다.
한이경 폴라리스어드바이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