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에겐 예를 차리지 말라”… 10년 만에 되새기는 박경리의 경고

입력 2023-05-18 20:25 수정 2023-05-19 00:16

‘박경리 컬렉션’을 출간하는 다산책방이 ‘일본산고’를 10년 만에 재출간했다. “나는 철두철미 반일 작가입니다”라고 선언했던 박경리의 일본 비판론을 사후에 묶어낸 책이다. “일본인에게는 예를 차리지 말라”는 유명한 문장이 이 책에 나온다.

박경리는 1990년 국내 잡지에 발표된 일본 지식인의 글 ‘한국의 통속민족주의에 실망합니다’를 보고 곧바로 ‘일본인은 한국에 충고할 자격이 없다’는 제목의 반론을 썼다. 일본 학자는 “지금 사람들은 피지배·피억압의 역사를 우겨대면서 지칠 줄 모르는 듯합니다”라며 한국인들을 꼬집었다. 박경리는 여기에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우리는 현재 반일하는 것이며, 역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반일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일본산고’에 실린 글들은 20~30년 전에 작성된 것이지만 반일주의를 둘러싼 논점들은 지금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민족주의 비판은 1990년대 국내에서 이미 유행이었다. 박경리는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 혹은 무관심을 나타내는 일부 지식층의 이상주의 혹은 지성을 나는 지적 허영으로 본다”면서 “피해자가 불이익을 안고 과연 평등의 세계주의로 갈 수 있는 걸까? 허구요 망상이다”라고 단언한다.

일본이 식민지배 사죄와 관련해 할만큼 하지 않았느냐는 얘기도 종종 나오는데 박경리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통분이 무슨 사과인가? 그러고도 욕을 안 먹겠다는 것은 뻔뻔스러운 일이다”라고 직격한다.

한·일 관계 파탄의 원인이 한국의 반일주의라는 주장도 나온다. 박경리는 자신을 인터뷰한 일본 평론가가 쓴 글을 인용한다. “한국의 반일에는 항상 역사를 동반하며 그것을 증인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들은 유의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우리들 일본인은 소위 역사적 교훈을 배우지 않는 민족이기 때문이다.”

김남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