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치르는 금융 공기관 시험… ‘쌍둥이 꼼수’ 형사고발

입력 2023-05-18 04:04

금융감독원 채용 시험에 쌍둥이 형을 보내 대리 시험을 치르게 한 한국은행 직원이 형사고발 됐다. 동생 대신 시험을 본 쌍둥이 형도 함께 고발됐다.

17일 한은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한은에 입행한 직원 A씨는 지난해 하반기 치러진 한은과 금감원 신입직원 채용에 이중 지원한 뒤 양사의 입사 전형을 동시에 밟았다. A씨는 한은과 금감원의 필기시험 날짜가 겹치자 자신은 한은 시험을 치르고 쌍둥이 형에겐 금감원 시험을 대신 보게 했다. 금융 공기업 지원자들은 응시 서류를 여러 곳에 제출해 복수로 합격하더라도 필기시험부터는 한 곳을 골라 응시해야 한다. 금융 공기업 1차 필기시험은 보통 같은 날 치러지기 때문이다.

A씨의 쌍둥이 형은 동생 대신 본 금감원 1차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금감원의 2차 필기시험과 1차 면접 전형에는 A씨가 직접 응시해 합격했다. A씨는 한은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후 금감원 2차 면접 전형에는 응시하지 않았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쌍둥이 형에게 대리시험을 보게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1차 실무면접과 2차 면접 등 한은 채용 과정에는 본인이 직접 응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A씨의 필적 확인과 입행 시 작성한 고용 계약서 등을 대조한 결과 A씨가 전형에 직접 응시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은 내부에서는 A씨의 대리시험과 관련한 소문이 돌았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관련 글이 올라오면서 소문은 더 구체화됐다. 한은과 금감원은 자체 조사를 통해 대리시험 사실을 확인한 후 A씨와 쌍둥이 형을 업무방해와 공문서 부정 행사 혐의 등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한은은 A씨에 대한 수사 결과 등을 지켜본 뒤 엄중히 징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은과 금감원은 유사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하지만 효율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채용 과정에서 쌍둥이 형제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은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