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씨는 2007년 며느리와 두 손자에게 경기도의 땅을 증여했다. 유씨는 2017년 10월 사망했는데, 딸들은 올케와 조카들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딸들은 모친 유씨가 생전에 땅을 증여하는 바람에 자신들이 원래 받았어야 할 상속분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딸들 손을 들어주자, 며느리 측은 2020년 5월 헌법재판소에 유류분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17일 유씨 사건을 비롯해 고인 뜻과 관계없이 법정 상속인들에게 일정 비율로 상속금액을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가 위헌인지 여부에 대해 첫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관련 민법 조항의 위헌성을 따지는 사건 40건이 헌재 심판대에 올라와 있다.
민법 1112조는 고인의 배우자와 자녀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고인 유언보다 우선해 보장하도록 한다. 가령 두 아들을 둔 부모가 남긴 재산이 10억원이라면 각각의 법정상속분은 5억원이고, 유류분은 그 절반인 2억5000만원이다. 이 때문에 ‘10억원을 장남에게 상속한다’는 유언이 있다 해도 둘째는 유류분 권리에 따라 최소 2억5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유류분 제도는 유산이 아들, 특히 장남을 중심으로 상속되는 일을 막자는 취지에서 약 46년 전 도입됐다. 하지만 양성평등이 자리를 잡고 딸들이 유산 상속에서 차별받는 사례가 줄어들면서 제도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늘었다. 생전 부모를 챙기지 않은 불효 자녀들에게까지 상속권을 보장하는 게 합당하느냐는 의견도 있다. 이날 이영진 재판관은 “2010년 법원에 유류분 소송이 400여건 접수됐는데, 2020년 1500여건이 계류 중이다. 어떤 의미로 이해해야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청구인 측은 “부모를 돌보지도 않다가 돌아가시면 유류분 권리를 주장하며 소송을 내 가족 간 분쟁을 유발한다”며 “이런 이들이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재산을 요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유류분 제도는 불효자양성법”이라고 주장했다.
본래 증여재산은 상속개시 전 1년간 증여한 것에 한해 유류분 계산에 포함할 수 있다. 유씨 사례에서 증여는 사망하기 10년 전 이뤄졌지만, 법원은 문제의 땅을 유류분 가액에 포함했다. 딸들에게 물려줄 추가 재산이 없다는 점을 알고도 증여를 한 만큼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다른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한 증여는 상속개시 1년 전 이뤄진 것도 유류분 반환을 허용한다.
청구인인 며느리 측은 이에 “증여 당시 손해를 끼친다는 인식이 있어도 그 사정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는데, 법원은 과거 예견만을 기초로 기간 제한 없이 소송을 낼 수 있게 한다”며 “물려받은 이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법무부 측은 “상속이 균등하지 않으면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유류분 제도는 분쟁이 격화되지 않도록 기능한다”는 논리를 댔다. 이어 “이 제도는 유언의 자유와 친족 상속권 사이 타협의 결과로 갈등 완화을 위한 완충 장치”라고 항변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