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펑크 우려에… ‘104조 체납’ 징수 강도 높인다

입력 2023-05-18 04:04
추경호(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체납세액 관리 관계기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회의에서 “성실 납세가 결코 손해 보는 느낌을 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조세 회피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연합뉴스

‘세수 펑크’에 시달리는 정부가 100조원을 돌파한 체납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납추적전담반을 추가로 편성하는 등 징수 활동을 강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징수 가능 금액이 한정적이어서 성과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윤태식 관세청장, 김창기 국세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체납세액 관리 관계기관 회의’를 열었다. 체납세액 관리 현황과 향후 대응 계획에 대해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청 소관 세금의 체납 누계액은 지난해 말 기준 102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6000억원 늘었다. 관세청 소관 세금 역시 체납 누계액이 매년 증가해 지난해 말에는 1조9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국세청은 기존에 운영하던 지방 7개 청의 19개 체납추적팀 외에도 일선 세무서에 체납추적전담반을 추가로 편성해 징수 활동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현장 징수 활동도 펼친다. 관세청은 체납액 일제정리 기간을 6월부터 연말까지 상설화하는 등 체납정리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추 부총리는 “첨단 재산은닉과 변칙적 조세회피에 대응하기 위해 기관 간 원활한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관계기관 회의를 연 것은 최근 불거진 세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올해 세수 상황은 1분기에만 24조원이 넘는 결손이 발생했다. 국세 체납액도 매년 증가해 지난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겼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가 부족한 상황인데 체납액이 많이 쌓여 있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고 말했다.

다만 징수 강화만으로는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실질적으로 징수 가능한 체납세액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쌓인 소관 체납세액 102조5000억원 중 15.2%인 15조6000억원만 징수 가능성이 높은 ‘정리 중 체납액’에 해당한다. 나머지 86조900억원은 체납자의 행방이 묘연하거나 자산이 충분치 않아 사실상 징수가 어려운 정리보류 금액이다. 지난해에도 국세청은 전체 체납액 중 11조4000억원을 징수하는 데 그쳤다.

고액상습체납자들이 여전히 줄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국세청에 따르면 고액상습체납은 17일 기준 3만1408건에 달한다. 이 중에는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며 1739억원을 체납한 임태규씨 등 1000억원 이상 체납자만 7명이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