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먼 “한국 저출산, 기업에 불편한 방법이 해법”

입력 2023-05-18 04:07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17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주최로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 국제적 시각에서 살펴보는 현실과 전망’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로라면 한국은 2750년 국가가 완전히 소멸될 위험이 있습니다.”

세계 인구학 분야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17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 국제적 시각에서 살펴보는 현실과 전망’ 심포지엄에서 “지금까지 한국을 4번 방문했는데 매번 한국의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이같이 말했다. 콜먼 교수는 2006년에도 ‘한국이 1호 인구소멸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콜먼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대책에 다소 회의적 분석과 전망을 내놨다. 그는 “한국 정부가 지난 16년간 약 280조원에 달하는 출산장려 예산을 썼지만, 금전적 지원은 일시적”이라고 말했다. 해법으로 거론되는 이민정책에 대해서도 그는 “제한적인 해결법”이라고 진단했다.

콜먼 교수는 한국의 낮은 출산율 원인을 우선 전근대적인 사회·문화와 빠른 경제 발전 간의 괴리에서 찾았다. 한국을 포함해 가파른 경제성장을 이뤄낸 동아시아 국가들은 ‘가부장적 가족주의’와 ‘낮은 양성평등지수’가 문화적 특징인 반면, 비교적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선진국은 ‘성 평등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문화를 바꾸기 위한 포괄적 복지정책을 일관되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970년대 출산율 하락을 겪었다가 30년 동안 꾸준히 회복한 프랑스와 스웨덴 등 선진국 사례를 제시하면서 ‘성 평등’과 ‘가족 친화적인 노동시장 개혁’을 정책의 핵심으로 꼽았다.

콜먼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이 선호하지 않는 방법에 해법이 있을 수 있다”며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보낼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고 단축할 필요가 있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받고 일할 수 있어야 하고, 가족 친화적인 업무문화를 기업이 앞장서서 만들어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가족 유형과 관계없이 가족을 지원하는 등 시스템과 정책 변경이 필요하다”며 “모든 정책은 일관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하며 정치권 여야 합의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