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다윗만큼 찬양에 ‘진심’인 인물은 없을 것이다. 유대 변방에 있던 하나님의 법궤를 옮겨올 때도 그랬다.(삼하 6:13) 다윗은 법궤를 멘 행렬이 여섯 걸음을 뗄 때마다 소를 잡아 제사를 지냈고 왕의 체면도 잊은 채 뛰놀며 찬양했다. 소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피가 낭자한, 낭만과는 한참 거리가 먼 환경에서도 온 힘을 다해 찬송하는 다윗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이가 있다. 최근 ‘여섯 걸음’(규장)을 펴낸 원유경(43) 포드처치 목사다.
교회명인 포드는 ‘다윗의 행렬’을 뜻하는 영어 ‘퍼레이드 오브 데이비드’(Parade Of David)의 줄임말이다. 책 제목 역시 다윗의 제사법에 착안해 지었다. 책은 출간 직후 교보문고 등 주요 온라인서점 종교 부문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했다. “‘여섯 걸음’이란 영적 행렬에 참여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한 그를 지난 17일 이메일로 만났다.
서울여대 졸업 후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에서 신학을 공부한 원 목사는 16년간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예배팀 싱어와 인도자를 거쳐 교역자, 전임 목회자로 사역했다. 최선의 예배를 위해선 설교와 찬양, 기도 모두 공들여야 한다는 그의 예배 철학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원 목사가 고안한 ‘예배 장인’(worship artisan) 개념은 포드처치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포드처치엔 여타 교회에서 보기 힘든 ‘예배 아트디렉터’가 있다. 예배에 예술을 입히는 사역을 한다. 여기에 각 분야 전문가인 성도들이 동참해 설교 주제에 맞춰 예배 공간을 구성하고 퍼포먼스·영상 등 콘텐츠를 기획한다.
예배에 공들인 이 같은 노력은 폭발적 부흥이란 결과로 돌아왔다. 2021년 설립된 포드처치는 1년 만에 예배자 2000여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했다. 모임이 금기시된 코로나19 시기에 이룬 성장이란 점에서 이례적이다. 또 하나 독특한 건 성도의 90%가 청년이란 점이다. 교회는 현재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매주 4차례 예배를 드린다.
MZ세대를 대상으로 부흥을 이룬 비결을 묻자 “하나님의 충만한 임재 앞에선 세대 구별이 무의미하다”란 답이 돌아왔다. 그는 동역자에게 공을 돌렸다. 원 목사는 “저는 예배자일 뿐 청년세대 전략가는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청년층에 호응을 얻은 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실력 있는 전문가가 매주 예배를 위해 헌신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 목사의 바람은 “예배에 올인하는, 다윗의 ‘여섯 걸음’을 사는 그리스도인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그는 “예배에 전심을 다했던 다윗의 행렬이 우리 시대에도 재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