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보험업계의 역대급 ‘실적 잔치’는 보험서비스 이익보다는 금융상품 관련 새 회계기준(IFRS9)이 도입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 회계기준 도입 이후 당기손익에 반영된 보험사들의 투자 평가이익이 실적을 크게 좌우했다는 의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706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684억원) 대비 163.4% 급증했다.
이는 투자 상품의 평가이익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삼성생명의 1분기 보험서비스 순익은 3837억원으로 전년 동기 3914억원에 비해 2% 감소했다. 반면 투자 서비스 순익은 지난해 1분기 2769억 적자에서 올해 299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주가 상승과 금리 하락 영향에 따른 평가익으로만 1840억원이 증가했다.
교보생명도 올해 1분기 순이익이 50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5% 상승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금융상품 평가 이익 증가가 실적 증가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최근 보험서비스 이익 부풀리기 논란의 중심인 회계기준(IFRS17)보다는 금융상품 관련 회계기준인 IFRS9 도입 효과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IFRS9는 투자 손익을 만들어내는 투자 자산을 분류하는 기준이다. 이 기준이 도입되면서 기존에 기업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매도가능증권,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돼 실적에 잡히지 않았던 주식, 채권, 수익증권(펀드) 등 일부 금융상품들의 평가손익이 올해부터 당기손익에 반영됐다.
이에 보험사들이 보유한 채권에서 발생한 막대한 평가이익이 당기순이익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금리가 치솟으면서 금융사들은 대부분은 채권에서 큰 손실을 봤지만, 올해 1분기에는 금리가 3%대 초반까지 빠르게 내려왔다. 이에 따라 보유 중이던 채권의 가격은 크게 올랐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특히 보험사들의 채권 투자 비중은 80%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 실적 상승은) IFRS17보다는 IFRS9에 따른 기저효과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