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엔지니어 쥘 뒤피는 1844년 교량건설사업을 맡으면서 비용-편익 분석이라는 개념을 적용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란 공리주의 원칙을 정책 결정 과정에 적용한 게 바로 비용-편익 분석인데, 정책이나 사업을 진행할 때 투입된 비용에 비해 얼마나 이익이 생겼는지를 알아보는 방식이다. 이후 영국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 니콜라스 칼도와 존 힉스가 개념을 확립했고 1930년대 대공황기에 미국 루스벨트 행정부가 ‘뉴딜 정책’을 실시하며 대규모 공공투자사업을 할 때 활용했다.
비용-편익 분석의 핵심은 사업이나 정책이 진행될 때 인풋부터 아웃풋까지 모든 과정을 ‘화폐가치’로 정리한다는 점이다. 꽤 합리적이고 타당한 듯 보이지만 한계는 있다. 비용 이외 효과나 다른 변수들이 부여될 때다. 가령 댐을 건설한다고 치자. 달라진 환경이나 기후변화, 주민 삶의 질 등을 비용이라는 하나의 가치만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게 비용-효과 분석이다. 화폐로 편익을 측정하기 어렵거나 수치화하는 게 부적절할 때 적용되는 이 분석은 자본과 주어진 효과(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균형을 찾는 데 노력한다.
이런 경제 용어를 나열한 건 한 포털의 기자 홈페이지에 올린 소개 글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비용 대비 산출보다 ‘산출의 가치’를 찾겠다.” 비용-편익 분석이나 비용-효과 분석이 최종적으로 찾고자 하는 답은 비용 대비 가치(Value For the Money·VFM), 즉 가성비다. 소개 글은 기사의 가성비보다 그 안에 가치를 담는 데 노력하겠다는 기자 개인의 다짐이었다. 그리고 다소 허무맹랑한 이 다짐을 최근 경험했다.
지난 2월 1일부터 시작한 ‘교회, 외로움을 돌보다’ 기획을 통해서다. 시리즈 내내 교회를 통해 협업 필요성을 이야기했더니 예상치 못한 산출의 가치를 경험했다. 이 기획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사회적 고립도 2위라는 불명예를 안은 데다 고독사와 1인 가구까지 급증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를 돌이켜 보기 위해 시작했다. 복지 사각지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촘촘하지 못한 복지 시스템의 그물코를 좁히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해야 한다는 점을 교회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빨래방을 운영하고 요구르트와 반찬을 배달하면서 고독사 위험 가구를 끊임없이 돌보는 교회의 역할을 설명했다. 계절이 바뀔 때면 필요한 물건을 주고 전기요금은 직접 만나 전달하면서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가구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안부를 살폈다.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을 돕는 것도 교회였다. 상담비용 부담 없이 단돈 5000원만 가져와도 교회에서 마련한 심리상담소에선 전문가들이 그들의 어려움을 들어줬다. 누구나 올 수 있도록 교회가 운영한다는 걸 숨기기도 했다.
골목 안에서 조용히 돌봄사역을 해 온 교회들은 취재 과정에서 협업의 힘을 키우기 시작했다. 요구르트 사역을 하는 교회의 기사가 나간 뒤 같은 지역 교회들이 동참 의지를 전했다. 외로움 해소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같은 지역 내 교회들이 협업에 나서기도 했다.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기업들도 관심을 보였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고독사 예방에 나선 교회를 지원할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또 다른 기업도 협업 움직임에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
지자체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지난달 속초시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반가웠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복지재단을 통해 어르신 가구에 우유 배달을 시작했다는 기사가 나간 뒤 사찰과 기업이 동참했고 덕분에 ‘고독사 제로’를 선포하는 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 하반기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을 위한 종교협의회 공모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경은 이번 기획의 ‘산출의 가치’를 이렇게 정의 내려주는 듯하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참고로 기획 기사는 오는 24일이면 마무리된다.
서윤경 종교부 차장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