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6일 KT 본사와 계열사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그동안 참고인 조사 등으로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한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구현모 전 KT 대표 등 전 경영진에 대한 수사도 본궤도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이날 서울 종로구 KT 본사와 KT텔레캅 등 계열사, 협력업체 및 관계자 사무실 등 10여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내부 회의 기록 등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구 전 대표 시절 KT가 시설관리 계열사인 KT텔레캅의 일감을 하청업체인 KDFS에 몰아준 것으로 본다. KT텔레캅은 구 전 대표가 취임한 2020년 KT에스테이트가 담당하던 시설관리 사업을 이관받았는데, 이후 기존 하청업체 중 가장 매출이 높았던 KFnS의 매출이 줄고 KDFS 매출은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또 KT텔레캅이 평가기준 변경 등의 부당한 방법으로 KFnS에 불이익을 줬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통해 KT텔레캅의 물량 결정 과정과 KDFS 매출 확대 배경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후 구 전 대표 등을 불러 일감 몰아주기 등의 지시·관여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 시민단체는 지난 3월 구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 등이 KT텔레캅의 일감을 KDFS에 몰아줬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사회를 장악하고자 사외이사들에게 부정한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고발장에 담았다.
검찰은 지난 3월 말 KT 법무실 임원을 소환 조사했고, 지난달 5일에는 KT에스테이트 대표를 지낸 이모씨를 불렀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KT텔레캅을 상대로 실시한 현장조사 자료도 확보했다.
‘수장 공백’ 상태인 KT는 의혹 전반을 부인학고 있다. KT는 지난 3월 자료를 내고 “KT텔레캅의 관리업체 선정 및 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 없다”며 일감 몰아주기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모두 반박한 바 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