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간첩 누명’ 납북 어부 100명 직권재심 나서

입력 2023-05-17 04:03
연합뉴스

검찰이 1968년 동해상에서 조업 중 납북됐다가 귀환한 뒤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어부 100명에 대해 직권재심 청구 절차에 나섰다.

대검찰청은 납북 귀환어부 100명에 대해 전국 5개 관할 검찰청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할 것을 지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어부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신속한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직권재심 청구 대상자들은 1969년 5월 28일 강원도 고성 거진항으로 귀환한 기성호 등 선박 23척의 선장·선원 150명 중 현재까지 재심 절차를 밟지 않은 이들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올해 초 이 사건의 진실규명을 결정하며 국가의 사과와 재심을 권고했다.

대상자들은 1968년 10~11월 동해에서 조업 중 북한 경비정에 납치됐다. 북한에서 강제로 공장·농장·학교를 견학하거나 체제선전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이듬해 돌아왔는데, 귀환 직후 군·중앙정보부·경찰로 구성된 합동심문반에서 구타·고문 등 가혹 행위가 포함된 불법 수사를 받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반공법·수산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이들을 기소했다. 일부에게는 북한 체류 중 세면도구와 속옷, 담배 등을 받았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됐다.

재판 중 숨진 1명을 빼고 149명 전원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17명은 징역 1년 실형을, 132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석방 후에도 ‘빨갱이’로 낙인찍혀 취업하지 못하는 등 피해는 장기간 지속됐다.

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모임은 “검찰 조치를 환영한다”면서도 “검찰은 당시 납북 귀환어부를 간첩으로 조작하는 일을 주도한 책임자였다. 재심 청구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