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간호협 “정치적 책임 묻겠다”… 준법투쟁 나설 듯

입력 2023-05-17 04:07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16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간호협회는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했다. 거부권 행사에 따라 간호법 제정안은 15일 이내 국회로 넘어가 본회의에 재상정되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지 않을 경우 폐기된다. 서영희 기자

간호법 거부권 행사의 후폭풍이 거세다. 간호사 단체는 내년 총선과 연계한 투쟁 방식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사 처우 개선 의지를 거듭 강조하며 성난 간호업계 달래기에 나섰지만, 간호사 단체는 사상 초유의 단체행동까지 예고한 상태라 의료 현장의 혼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재의요구안을 최종 재가하자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경 간호협회장은 “윤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 약속은 증거와 기록이 차고 넘치는데, 대통령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약속과 공약을 파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불의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단죄하고 파면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에 간호법 재추진을 요구했다. 45만명이 넘는 간호업계 세력을 활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간호협회는 거부권 행사 시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간호협회는 이날 구체적인 투쟁 방식과 수위 등에 대한 내부 논의에 들어갔다. 총파업과 같은 방식은 선택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간호사 면허증을 반납하거나 PA(진료보조) 간호사의 업무 거부, 일과시간 외 업무지시 거부 등 준법투쟁 방식이 거론된다.

특히 PA 간호사가 업무 거부에 나설 경우 의료 현장에서의 혼란이 클 수 있다. PA 간호사는 의사가 부족한 수술실·응급실 등에서 수술 보조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으로 1만여명 규모로 추산된다. 이들 업무 상당수가 의료법상으로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현행법에 규정된 간호사 업무만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투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간 외 근무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에 나설 경우 현장 의료 서비스가 지연될 수도 있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간호인력 종합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간호사 처우 개선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에 포함된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호사 여러분은 지난 100년 동안 환자의 곁을 지켜 왔다. 앞으로도 환자의 곁을 계속 지켜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단체행동 돌입을 만류했다.

간호법 제정안에 반발해 17일 총파업을 예고했던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총파업을 유보키로 했다. 의료연대는 “17일 연대 총파업은 국회 재의결 시까지 유보할 것”이라며 “법안 처리가 원만히 마무리될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다만 의협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의 결격·면허 취소 사유를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은 것을 두고는 짙은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면허 박탈 사유를 모든 범죄에 적용한다는 건) 과도하다는 여론이 있다. 법 개정 방향과 관련해 당정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