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교 책임자 새뮤얼 모펫 선교사의 모교인 미국 시카고 매코믹신학교가 경영난으로 최근 확산되고 있는 신학교 이전 열풍에 합류했다. 신학생 정원 미달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의 신학교들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매코믹신학교는 그동안 캠퍼스를 공유해 왔던 루터신학대학원과 함께 시카고 가톨릭신학연합(CTU)으로 캠퍼스를 이전하기로 하고 임대 계약을 맺었다. 매코믹신학교가 사용하던 기존 캠퍼스는 매각했다. 매코믹신학교는 미국장로교(PCUSA) 산하 10개 신학교 중 하나로 1892년 개교했다. 장로회신학대를 설립한 미국북장로교 모펫 선교사가 이 학교 출신이며, 한국 목회자 중에도 동문이 많다. 매코믹신학교와 루터신학대학원은 올 가을학기부터 이전한 캠퍼스에서 수업한다.
이에 앞서 한인 목회자를 다수 배출한 미국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도 이번 여름부터 로스앤젤레스 웨스트우드연합감리교회로 캠퍼스를 옮긴다고 밝혔다. 미국연합감리회(UMC) 산하 13개 신학교 중 하나인 클레어몬트신학교는 1885년 감리교 목사이자 상원의원이던 찰스 매클레이가 설립한 매클레이신학교에 뿌리를 두고 있는 유서 깊은 신학교다. 신학교는 보도자료를 통해 “캠퍼스를 이전해도 기존 학위 프로그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며 학교 이름도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면서 “온라인을 활용한 디지털 교육과정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철회한 경우도 있다. 미 풀러신학교는 2018년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캠퍼스 시대를 마감하고 48㎞ 떨어진 포모나시(市)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패서디나 시청이 허가를 반려하면서 기존 캠퍼스에 남기로 했다.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는 미 기독교 대학 18곳이 팬데믹 이후 문을 닫았거나 조만간 폐교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보도했다.
미국의 유수 신학교들이 캠퍼스 이전을 시도하거나 폐교하는 건 신입생 감소에 따른 경영난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목사에 대한 관심 저조로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한국의 신학교들도 이런 현실에 조만간 직면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7개 신학교를 갖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관계자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장통합뿐 아니라 거의 모든 주요 교단 신학교들이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면서 “미국 신학교들의 캠퍼스 이전 릴레이가 결코 우리와 무관한 일이 아니다.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도 연쇄 캠퍼스 이전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