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로비스트’로 기소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2016년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의 구치소 면회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서 배제해 달라고 직접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 전 대표를 성남시 ‘비선실세’로 규정하고, 백현동 의혹의 본류라 할 수 있는 배임 혐의 수사에 주력하고 있다.
15일 법무부가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2015년 백현동 개발 민간업체인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의 청탁을 받고 정 전 실장에게 성남도개공의 사업 참여 배제를 요청했다. 연구·개발(R&D) 용지와 건물을 기부채납하는데, 수익 일부까지 공사에 나눠주면 민간업자의 이익이 줄어든다는 취지였다.
‘대관 로비’는 옥중에서도 이어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별도의 알선수재 혐의로 수감돼 있던 2016년 자신을 면회 온 정 전 실장에게 “공사까지 들어오게 되면 사업이 어려워진다”고 거듭 부탁했고, 결국 민간업자 단독 개발이 확정됐다. 김 전 대표는 아시아디벨로퍼가 백현동 부지를 매수하기에 앞서 정 전 실장에게 도시기본계획상 5대 5로 추진돼야 할 주거용지와 R&D 용지 비율을 7대 3이나 6대 4로 조정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검찰은 당시 김 전 대표가 성남시의 ‘비선실세’로 통했기 때문에 이런 로비가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및 정 전 실장과 오래전부터 정치적 교분을 형성하며 이 대표의 각종 선거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2010년 성남시장 선거를 앞두곤 사비로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2014년 재선 당시에도 사비를 들여 선거사무소를 선점해두는 식이었다. 김 전 대표는 성남시 공무원 인사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이 대표 등과 가까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014년 선거 때 이 대표의 ‘형수 욕설’ 논란과 관련해 정 전 실장에게 대응 방법도 조언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먼저 재판에 넘긴 검찰은 배임 혐의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엔 김 전 대표의 고향 후배이자 백현동 사업 당시 실무를 맡았던 성남시 공무원 A씨 등을 잇따라 조사했다. 김 전 대표 공소장에 성남시 윗선과의 특수관계가 적시된 만큼 향후 수사는 실무자를 넘어 이 대표, 정 전 실장으로 뻗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명확한 이유 없이 공사가 배제됐고, 그 때문에 공사 몫의 이익을 민간업자가 가져간 게 입증된다면 배임 혐의가 뚜렷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주언 박재현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