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남’으로 만난 남성에게 9억여원을 받은 여성이 5억원대 증여세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여성은 조건만남의 대가라 증여세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해당 남성과 벌였던 과거 소송전에서 나온 ‘연인 관계’ 진술이 발목을 잡았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30대 여성 A씨가 서울 반포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고등학생이던 2004~2005년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당시 30대였던 전업 주식투자자 B씨를 만났다. B씨는 A씨와 성관계를 가지면서 많게는 한 번에 수천만원의 용돈을 줬다. A씨 계좌를 관리하며 주식 거래도 해줬다.
이들의 관계는 2017년 틀어졌다. B씨는 그해 “빌려준 7억원을 돌려 달라”며 대여금 반환 소송을 냈다. 하지만 A씨는 “연인이었던 B씨가 투자대금으로 줬던 돈이다” 등의 주장을 폈다. 법원도 “대여금이 아니라 관계 유지를 위해 돈을 증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B씨는 이듬해 사기 혐의로도 A씨를 고소했지만 형사사건은 무혐의 처분됐다.
하지만 A씨는 과세 처분을 피하지 못했다. A씨는 2014~2017년 부동산 3건을 취득했는데 반포세무서는 자금 출처 조사를 벌였다. 세무서는 A씨가 B씨로부터 6년간 73차례 모두 9억3000여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증여세 5억3000만원을 부과했다.
A씨는 ‘증여받은 게 아니라 조건만남 대가’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그는 이 중 5억원이 B씨가 다른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로 구속된 후 자신에게 위자료 명목으로 준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법원은 A씨가 앞서 민형사 소송에서 ‘연인 관계에서 지원받았다’고 진술한 점 등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금전이 단지 성매매 대가라 할 수 없고 오히려 교제하며 증여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A씨가 과거 ‘주식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주장한 부분도 증여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5억원이 위자료 성격이었다는 주장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