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 2조원 줄여주지만 올해 7조~8조 적자는 불가피

입력 2023-05-16 04:08
연합뉴스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h)당 8원 인상되면서 한국전력공사의 판매수입은 2조66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한전의 영업손실 규모를 보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1분기 6조1776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한전은 전기요금을 올리더라도 올해 7조~8조원 정도 적자가 불가피하다.

한전은 15일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판매수입이 2조6600억원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제 에너지 가격보다 판매가격이 낮은 데 따른 손실은 메우기 어려운 수준이다. 1분기 ㎾h당 전력 구입단가와 판매단가는 각각 174.0원, 146.6원으로 역마진은 ㎾h당 27.4원에 달한다. 한전은 2021년 5조8500억원, 2022년 32조6000억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 1분기에도 6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기요금이 그대로라면 올해 적자 폭은 10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요금 인상으로 적자 폭은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취약계층에 대한 요금 할인, 농사용 전기요금 분할 인상 등 지원대책을 감안하면 요금을 더 올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사용 전기료는 3년간 8원을 쪼개 인상한다. 이달에 2.7원을 인상하고, 내년 4월 2.7원, 2025년 4월에는 2.6원을 올리는 식이다. 농사용 전기료가 급격한 인상에 따른 체감 부담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앞서 한전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올해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올해 인상 폭은 지난 1분기 11.4원에 2분기 8원을 더해 19.4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간극을 채우려면 3분기와 4분기 요금 인상이 있어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분기에는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으로 체감 요금이 더 비싸 올리기 쉽지 않고, 4분기는 내년 4월 총선을 코앞에 둔 만큼 요금 인상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3·4분기 요금 인상이 어려운 것을 가정하면 이번에 ㎾h당 30원 정도는 올렸어야 하는 게 맞는다”며 “한전 재무 상태가 나빠지면 전력산업 생태계 전반이 어려워진다.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못하면 일상적으로 정전이 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정책관은 연내 전기요금 추가 인상 계획에 대해 “현재로서는 예단하지 않고 있다”며 “국제 에너지 가격 동향,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