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사양산업 전직 지원금 신청해주세요”… 말할 수 있을까

입력 2023-05-16 04:03

탈탄소·디지털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면서 화력발전 등 전통 산업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전통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가 새로운 산업구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동전환 지원금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노동자가 소속 기업에 직접 지원금 신청을 해야 하는 기형적 절차 탓에 실제 지원금을 받은 노동자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전환 지원금은 산업구조 변화로 더 일자리를 유지할 수 없는 노동자에게 직무전환 교육 훈련이나 전직 지원을 하기 위한 것이다. 자동차 석탄 철강 석유화학 정유 시멘트 업체 등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들 업종에 종사하면서 직무를 바꾸는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이직·전직 관련 교육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 노동전환 지원금 사업 등을 포함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노동전환 지원금 사업은 2022년 4월부터 시작됐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동전환 지원금으로 편성된 예산은 52억6000만원이었다. 정부는 이 예산 편성으로 2300명의 노동자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지원금을 받은 노동자는 단 13명에 불과했다. 목표치에 한참 미치지 못한 5400만원의 예산만 집행됐다. 지원금은 최대 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데, 지난해 300만원을 받은 사람은 11명에 그쳤다. 나머지 2명은 이보다 적은 금액을 받았다.

급격한 산업구조 전환에도 집행률이 부진한 원인으로는 지원금 신청 절차가 꼽힌다. 노동자들은 기업에 지원금 지급을 신청한 뒤 기업 동의를 얻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노동자들이 현재 소속된 회사에 직무 전환을 요청하거나 이직·전직의 의사를 내비쳐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지원금 지급 절차도 복잡하다. 우선 기업은 노동자로부터 제출받은 직무전환·전직 지원 계획서를 고용센터에 제출해야 한다. 고용센터 승인이 떨어지면 노동자는 원하는 교육을 받은 후 교육 이수를 했다는 사실을 기업에서 확인받아야 한다. 이후 정부는 사실관계 확인 후 교육비를 실비로 지원한다.

정책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내연기관차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노동전환 지원금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원 대상 확대와 지원 요건 개편 등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