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를 둘러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SK브로드밴드가 ‘실제 망 사용료는 얼마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전략을 수정했다. SK브로드밴드는 망 사용료 감정이 이뤄진 후에야 정확한 망의 가치를 따질 수 있고, 망 사용료 정산 여부도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넷플릭스는 기존대로 망 사용료를 정산할 필요가 없으니 감정도 불필요하다고 맞선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는 15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제기한 ‘망 이용대가 채무부존재·부당이득 반환 소송’의 9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은 ‘망 사용료 산정 방식’에 대한 양측의 입장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그동안의 법정 공방은 무정산 방식 합의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다. 넷플릭스 측은 무정산 방식으로 망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망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양측 합의가 없었고 접속 방식의 변화 이후부터 요금 정산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주장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SK브로드밴드는 ‘협상은 당연하고, 받을 돈이 얼마인지도 따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미 1심에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협상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받은 터라 나아가 망 사용료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명확하게 산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12월 법원에 망 사용료 감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면서 ‘거래사례비교법’을 감정 방식으로 제안했다. 국내법에 따라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콘텐츠사업자(CP) 등 유사 사례를 활용해 넷플릭스가 사용한 망의 가치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무정산 방식’을 전제로 연결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 중이다. 사실상 무정산에 합의를 해왔었기 때문에 망 사용료 협상 자체가 불필요하고, 망 사용료를 낼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안건 상정에 여야가 모두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올해 상반기 중 통과를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 전 세계에서는 망 사용료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유럽의 향후 10년 디지털 목표 달성을 위해 1740억 유로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여기에 인터넷사업자(ISP)뿐만 아니라 콘텐츠사업자(CP) 등 관련 시장 참여자들도 부담해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을 받고 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