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 온다는데… 에어컨 켜기가 겁난다

입력 2023-05-16 04:07
서울 중구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전기·가스 요금이 16일부터 5%가량 인상된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합해 월평균 7400원 정도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인상에는 급증하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재정 적자를 고려할 때 더는 동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다만 요금 인상 폭이 크지 않아 한전·가스공사의 천문학적 적자를 메우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15일 당정협의를 거쳐 2분기 전기요금 및 가스요금 인상안을 확정·발표했다. 전기요금은 ㎾h당 8.0원을, 가스요금은 메가줄(MJ)당 1.04원을 인상키로 했다. 각각 현재 요금 수준보다 5.3%를 인상하는 수준이다. 인상분은 다음 날부터 곧바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4인 가족 기준 월평균 3020원가량의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4인 가족 월평균 전력 사용량인 332㎾h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전력 사용량 요금은 2656원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증가분(266원)과 전력산업기반기금 추가분(100원)이 추가 요금으로 붙는다.

가스요금의 경우 4인 가족 월평균 가스 사용량인 3861MJ에 인상분을 반영하면 매달 4431원 정도 부담이 증가한다. 전기·가스 요금을 합해 매달 7451원 정도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번 인상 결정은 한전과 가스공사 재무 상태가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한전은 최근 2년간 38조50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6조2000억원 적자가 더해지며 누적 영업적자는 50조원을 웃돌 가능성이 커졌다. 가스공사도 천연가스 수입대금 중 가스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미수금이 증가 추세다. 올 1분기 기준 누적 미수금은 11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위기가 회사채 시장 등 여타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경우 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며 “국민 모두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인상만으로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이 여론 악화를 우려해 인상 폭을 키우지 못한 탓이 크다. 소폭 인상에 따라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요금 인상으로 물가가 0.1% 정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