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3·4호 주기기 제작 본격화… K원전 부활 신호탄

입력 2023-05-16 04:07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에서 15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완수 경남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제작 착수식이 열리고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백지화됐다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재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15일 경남 창원 성산구 두산에너빌리티 단조공장. 이른바 ‘현대식 대장간’으로 불리는 이 곳에서 세계 최대인 1만7000t급 프레스가 ‘붕’ 하는 굉음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자체 용광로를 통해 생산한 200t 규모의 합금강 위로 프레스가 하강하자 새빨간 불꽃이 일었다. 신한울 3·4 주기기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 제작에 필요한 소재를 만드는 단조 작업이 본격 시작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에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멈춰선 ‘신한울 3·4호기 사업의 주기기 제작 착수식’을 열었다. 원전 주기기는 핵분열을 통해 열을 만드는 원자로, 발생한 열로 증기를 생산하는 증기 발생기, 증기로 다시 전력을 생산하는 터빈 발전기 등 원전의 핵심 기기를 가리킨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월 2조9000억원 규모의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계약을 체결한 지 두 달만에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게 됐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전 산업 복원을 약속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이제 기술 고도화와 경쟁력 강화를 통해 미래도 함께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며 “정부와 민간 투자를 확대하고 원전 인력 양성방안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오늘 아침 무거운 마음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하고, 창원에 내려왔다”며 “지난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과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한전 적자가 천문학적으로 누적되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원전 생태계 복원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평가 하에 향후 원전산업 글로벌 초격차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가장 큰 과제는 새 원전 건설이다. 경북 울진군에 1400㎿(메가와트) 규모로 지어지는 신한울 3·4호기는 각각 2032년과 2033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정적인 일감 공급을 위해 신한울 3·4호기 주기기는 상대적으로 신속한 자금 집행이 이뤄진다. 한수원은 두산에너빌리티와 힘을 합쳐 1차년도 공정률을 기존 목표인 10%에서 15%로 상향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주기기뿐 아니라 2조원 규모의 보조기기 계약(192건)도 발주한다. 주기기와 보조기기를 합쳐 5조원 규모 공사가 동시에 진행될 전망이다. 한수원은 보조기기 계약 과정에 소요되는 기간도 최소화하고 자금 집행 역시 최대한 앞당길 방침이다.

정부는 또 민관 합동으로 2조원을 투입해 원전 연구개발(R&D)에 나서기로 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과 한국형 원전(APR) 해외 수주를 위해서다. 산업부는 2030년까지 4500명의 원전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원전 수출 특성화 과정을 비롯한 대학원 중심 지업사원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석·박사 등 고급인력을 집중 육성키로 했다.

창원=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