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서 구찌 패션쇼… 뜨거운 논쟁

입력 2023-05-16 04:04
AP뉴시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서울 경복궁 근정전에서 ‘2024 크루즈 패션쇼’를 연다. 경복궁 중심건물인 근정전 일대에서 패션 브랜드 행사가 열리기는 처음이다. 조선시대 국가 의식을 거행하고 외국 사신을 맞이하던 근정전에서 패션 브랜드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된다.

구찌는 16일 오후 경복궁에서 ‘구찌 2024 크루즈 패션쇼’를 연다고 15일 밝혔다. 크루즈 패션쇼는 휴양지로 떠나는 이들을 위한 의상과 액세서리 등을 선보이는 행사다. 일각에서는 휴양지와 어울리는 컬렉션을 선보이는 럭셔리 브랜드 패션쇼를 국보(223호)인 근정전에서 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찌는 지난해 11월 초 근정전에서 패션쇼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10·29 이태원 참사 직후라 애도 차원에서 취소했었다. 취소된 패션쇼는 ‘구찌 코스모고니 패션쇼 인(in) 서울 경복궁’이었다. 당시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구찌 측은 “세계적 수준의 천문학이 연구됐던 경복궁의 역사적 가치, 천문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쇼의 주제를 널리 알리겠다”고 했다.

이번 패션쇼에는 ‘다른 의미’가 부여됐다. 구찌의 글로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르코 비자리는 “세계적 건축물인 경복궁(에서 열리는 패션쇼)을 통해 한국 문화와 연결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문화를 구찌의 패션쇼를 통해 알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의 문화에 대해 해외 럭셔리 브랜드의 패션쇼를 통해서만 알릴 수 있는 것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유서 깊은 문화 공간에서 패션쇼를 했다’는 구찌의 히스토리를 하나 더 얹는 시간이 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구찌는 그동안 미국 뉴욕 디아미술재단,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 클로이스터, 이탈리아 피렌체 피티 궁전의 팔라틴 갤러리 등에서 패션쇼를 진행했다.

기대하는 이들도 적잖다. 구찌의 한국 상륙 25년째를 맞아 한국의 전통을 알릴 수 있는 공간에서 패션쇼를 한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 있는 행사라는 것이다. 구찌는 1998년 우리나라에 플래그십 부티크를 처음 선보였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