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 아닌 개별 계약 따른 탄력근로제 도입은 무효”

입력 2023-05-16 04:04
국민일보DB

2주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개별 근로자가 동의하더라도 취업규칙을 통하지 않으면 도입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근로조건이 불리하게 바뀔 수 있는 경우 근로자 과반의 동의가 필요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항공기 기내청소 용역업체 대표 A씨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14~2015년 직원 135명의 연장근로수당 등 52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개별 근로자 동의를 얻어 2주 단위 탄력근로제를 도입했기에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1·2심 판단은 엇갈렸다. 2주 단위 탄력근로제는 사업주가 특정 주 근로시간을 연장시키면 그다음 주 그만큼 차감해 1주 평균 근로시간을 주52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도입이 가능하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지만, 2심은 “직원 개별 근로계약서에 탄력적 근로내용이 공통적으로 기재돼 있어 이를 취업규칙으로 볼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주 단위 탄력근로제는 근로계약이나 근로자 개별 동의를 통해 도입할 수 없다”며 2심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근로자 개별 동의만으로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수 있게 된다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등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2주 단위 탄력근로제는 취업규칙으로만 도입할 수 있다고 최초로 판단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