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MB의 청계천 산책

입력 2023-05-16 04:10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옛 참모들과 함께 서울 청계천을 걸었다. 청계천 복원사업을 함께 했던 서울시 공무원 모임의 초청으로 이뤄진 행사였다. 조만간 4대강도 방문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사면된 이 전 대통령이 활동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는 모양새다. 이 전 대통령에게는 ‘국가 원로로서 역할을 해 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다만 불필요한 정치적 해석을 우려해 이후 활동을 고심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전직 대통령에게 관대하지 않은 나라다. 어떤 일을 해도 잡음이 나오고 원론적 얘기도 논란에 휩싸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로 내려갔다. 지난 1년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찾아오는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을 만나면 ‘상왕 노릇을 한다’ ‘전언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나왔고, 책방을 열자마자 ‘자원봉사자 열정페이’ 논란이 일었다.

한국갤럽이 2015년 역대 대통령 6명의 공과(功過)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제 발전, 전두환 전 대통령은 물가 안정,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직선제,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금융실명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극복,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 등이 가장 잘한 일로 평가됐다. 공과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달라진다. 박한 평가를 받았던 노태우 전 대통령도 2021년 별세 이후 북방 외교, 의료보험 확대 등의 정책이 재조명됐다.

모든 대통령은 공과가 있다. 공이 많은 대통령도 있고 과가 많은 대통령도 있다. 과거를 미화해선 안되겠지만, 공보다 과를 강조하면 논쟁이 끊이지 않게 된다.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들은 대부분 결말이 좋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 탓만 할 게 아니다. 잘한 것보다 잘못을 먼저 추궁하는 우리 문화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활발하게 활동 중이고, 이 전 대통령은 활동 폭을 넓히고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칩거 상태다. 세 명의 전직 대통령이 나름의 역할을 찾길 기대한다. 국민들의 시선도 조금 너그러워졌으면 한다.

남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