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어떤 기도가 이보다 더 간절할 수 있을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두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유방암 4기 암 환자 엄마 김현정씨의 기도다. 이별을 겪은 아이가 어떻게 그 슬픔을 견딜 수 있을지, 내가 지켜주지 못하는 세상을 아이가 어떻게 살아갈지 떠나야 하는 엄마는 이 모든 것이 두렵다. 가정의 달 5월 삶의 소중함과 가족의 참된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볼 수 있는 영화 ‘울지마 엄마’가 오는 17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지난해 제7회 한국기독교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돼 많은 관심을 모았다.
영화 ‘울지마 엄마’는 대장암 4기 고(故)이관희 집사가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모습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크리스천들에게 울림을 준 ‘교회오빠’의 이호경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 속 암 환자 중에는 이 감독의 친누나인 고 이은경씨도 등장한다. 그는 2014년 위암 4기 진단을 받은 누나를 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암 환자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이곳에서 만난 암 환자 가족들의 이야기가 ‘울지마 엄마’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됐다.
영화 ‘울지마 엄마’는 하루아침에 말기 암 진단을 받은 두 젊은 엄마를 비롯한 서로 다른 4명의 암 환우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다. 두 딸에게 아픈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 투병 중에도 교단에 섰던 교사 고 김현정씨, 위암 4기 선고를 받고도 마지막까지 환자들을 무료로 진료한 것으로 알려진 의사 고 정우철씨, 결혼한 지 10년 만에 시험관으로 얻은 하나뿐인 아들과 함께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며 마지막까지 일상을 지키려 했던 고 김정화씨의 삶을 다뤘다.
암 환자 부모들의 공통된 소원은 아직 어린 자녀들의 초등학교 입학식 때까지만이라도 함께 하는 것이다. 영화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암 환자들의 무기력한 모습이 아닌 자녀들과 함께 매 순간을, 소중한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엄마 아빠들의 모습을 조명하는데 집중한다.
무릎에 앉혀 함께 동화책을 읽어주고, 공원에서 공놀이를 하며 자녀들과 보내는 보통의 평범한 하루는 이들에게 매 순간 특별하다. 왜 그땐 미처 알지 못했을까. “가족들이랑 더 많은 시간 보낼 걸, 체력이 됐을 때 아이랑 더 많이 놀아 줄 걸 그랬어요” “너무 욕심내며 살지 말고 그때그때 즐기면서 살 걸 그랬어요”라는 이들의 고백은 일상이란 익숙함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울지마 엄마’는 삶과 죽음은 늘 가까이 있고 암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끝이 결코 죽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숨겨져 있는 보석 같은 이야기는 크리스천인 이들이 죽음의 절망 속에서도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며 하늘 소망을 선물하는 데 있다. “엄마가 먼저 떠났다는 것을 서진이가 인식하더라도 나중에 언젠가는 만난다는 확신을 갖고 죽음을 슬픔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김정화씨의 신앙고백은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가 붙들어야 할 참 소망의 이유를 일깨워 준다
죽음 앞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4기암 환자이자 엄마들의 소망과 감동의 메시지가 담긴 영화 ‘울지마 엄마’는 롯데시네마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