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강대강 대치… ‘마주 보며 달리는 기관차’ 간호법

입력 2023-05-15 04:04
국제 간호사의 날인 지난 12일 오후 간호사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2023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축하 한마당' 행사에서 간호법 공포를 촉구하며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정부가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키로 하자 간호사들이 단체행동 카드를 꺼내며 강하게 반발했다. 오는 17일 총파업을 예고했던 의사·간호조무사 등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당정의 간호법 거부권 건의를 환영하며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14일 단체행동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협은 지난 8일부터 회원들을 상대로 ‘간호사 단체행동’ 의견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13일 기준 98.4%(7만4035명)에 이르는 회원이 “적극적 단체행동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협 관계자는 “한 달 안에 집단행동을 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애초 간협은 의료현장에 미칠 피해와 여론 악화를 우려해 총파업과 같은 집단행동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선의 강경투쟁 요구가 커졌고, 결국 모든 방안을 두고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서는 총파업보다 간호사 면허 반납 등의 투쟁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간호법 갈등은 당장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쪽이 환영하면 다른 한쪽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어느 쪽으로 결정이 나든 의료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보건복지부가 계속해서 양쪽 단체를 만나 중재를 시도했지만 사실상 정부의 중재안은 간호사 단체가 반발하는 내용이어서 타협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간협은 복지부가 간호법 제정으로 초래될 혼란을 언급하자 “공권력을 동원한 허위사실 유포를 중단하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간협은 이날 국제간호협의회(ICN)가 보내온 “전 세계 모든 간호협회를 대표해 간협의 간호법 제정 활동에 모두가 연대하고 있다”는 내용의 지지 서신도 공개했다.

대척점에 선 의료연대도 강대강으로 맞붙고 있다. 앞서 간호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직역은 지난 3일과 11일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17일에는 총파업도 예고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 협의회도 긴급회의를 열고 이날 “총파업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등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전공의들까지 17일 총파업에 동참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다만 의료연대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택하면 간호법은 국회 재표결을 거쳐야 한다. 국회를 한 번 통과했던 법이 재표결 끝에 부결될 경우 간호사 단체의 반발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중재안에 합의하기도 쉽지 않다. 간협은 중재안 대신 간호법 원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타협점이 극적으로 도출된다 해도 간호법 문제를 놓고 상대 의료 직역에 대한 감정적 골이 깊어진 상황이라 갈등을 봉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