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결정난 권도형… 한국 송환 더 늦어질 듯

입력 2023-05-15 04:06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3월 24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AP뉴시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보석으로 풀려나게 되면서 국내 송환이 더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범죄수익 은닉 우려도 커졌다.

1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권 대표의 국내 송환 시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권 대표가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에도 현지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 데다 그의 신병을 두고 한국과 미국 정부 간 힘겨루기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권 대표 역시 몬테네그로 현지에서 변호사들을 방패막이로 최대한 시간 끌기에 나설 공산이 크다.

그의 현지 변호인은 보석 청구 인용 이후 언론에 “무죄를 확신하고 있다”는 입장도 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속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재판이 더 지연될 수 있다”며 “다만 1심 판결이 나오면 2심부터는 신속하게 사법 절차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은 권 대표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모씨는 각각 40만 유로(약 5억8000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검찰의 감독 아래 현지 주거지에 연금된 채 지내게 된다. 승 연구위원은 “권 대표가 여권위조 최저형량을 구속기간으로 채운 상황이기 때문에 현지 법원 입장에선 보석 결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대표 송환 일정이 미뤄지면서 그가 해외에서 범죄수익 추가 은닉을 시도할 우려도 커졌다. 몬테네그로 법원은 권 대표를 보석으로 풀어주는 조건에 통신과 서신 교환 금지, 접견 제한 조치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권 대표가 외부 통신망 등을 활용해 각종 자금을 인출하거나 은닉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실제 권 대표가 보석 신청 직전 가상화폐 이더리움과 루나 지갑에서 38억원 상당의 코인 300만여개를 현금화한 정황도 포착된 상태다. 당시 권 대표가 수감돼 있던 점을 감안하면 조력자가 존재할 수도 있다.

가상화폐 전문가인 조재우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명의가 세탁된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동결 조치가 빨리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