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목회자 다섯 명이 한 달여간 매주 수요예배마다 경기도 성남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 강단에 섰다. 평균 출석 성도 50~100명인 수도권 작은 교회 목회자인 이들은 큰 무대 진출이나 마찬가지인 설교에서 각자의 어려움을 딛고 성장하는 과정에 대해 간증했다. 2000명에 가까운 분당우리교회 성도들은 온·오프라인에서 그들을 응원했다.
‘꿈너머꿈’ 목회 집중하는 여건 조성
분당우리교회가 작은 교회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자 시작한 프로젝트 ‘꿈너머꿈’에 1차로 선정된 5개 교회 목사의 릴레이 설교가 지난 10일 막을 내렸다. 이번 초청 설교는 작은 교회가 큰 교회의 지원을 받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동역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달 12일 설교한 경기도 시흥의 은계나눔교회 이용호 목사는 이랜드에서 근무하며 교회를 개척한 인물로 최근까지 자비량 목회를 펼쳤다. 직장 생활과 성도 돌보는 일을 병행하던 것에 한계를 느끼던 차에 목회에만 집중하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간증했다. 이 목사는 “구조적인 이유로 회사를 나와야 했는데 그때 마침 꿈너머꿈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하나하나가 감사고 은혜”라고 전했다. 또 피아노 학원에서 예배드리던 아이들이 교육관을 쓸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작은 교회 살리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프로젝트가 ‘한국교회 살리기’와 같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 명의 성도를 떠나보내며 자신이 많이 울었던 일을 떠올리면서 “한 성도를 보내는 일에도 이렇게 힘든데 1만 성도 파송을 결심한 교회와 성도는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는 일을 하신 것”이라며 “밀알이 죽어야 열매를 맺는다는 말씀처럼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 곳이 교회여야 하는데 이를 몸소 보여주셨다”고 했다.
멘토링·각종 프로그램 지원에 큰 위로
지난달 26일 강단에 선 서울 한사람교회의 서창희 목사는 서울대 앞에서 목회를 시작하며 교회에 성도를 가득 채워 달라고 기도했던 자신에게 하나님께서 ‘얼마나 채워지면 만족할래’라는 질문과 함께 기도 제목을 ‘예배가 하나님의 임재로 가득하게 주옵소서’로 바꿔주신 경험을 공유했다. 상황에 매몰돼 하나님 임재를 놓치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자신이 쓴 책에 아무런 인연 없는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의 추천사를 받은 일화 등 재치 있는 입담으로 성도를 웃겼던 서 목사는 분당우리교회를 언급하며 몇 차례 울컥했다. 그는 “수요예배까지 나온 성도님들은 하나님을 찾는 그 간절함이 있었을 터”라면서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주님이 함께하신다는 확신을 예배 가운데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지난달 19일 말씀을 전한 경기도 김포 ‘이름없는교회’의 백성훈 목사는 개척 전 스타 목사와 교회를 알리는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그는 양적 성장보다 예배와 제자훈련을 통해 말씀에 집중하는 일에 관심을 쏟게 됐노라고 고백했다. 어린 딸이 가난한 신학생 아빠인 자신의 지갑에 장난감 돈 4만원을 채워준 일화를 언급하며 “아이 행동에서 어른의 품을 느꼈다. 신앙의 어른은 나이와 상관없다. 삶의 도전을 주고 본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물질 후원 넘어 동반성장 기회되길
분당우리교회는 꿈너머꿈에 선정된 5개 교회에 4억원의 재정 지원뿐 아니라 양육 프로그램, 복음적인 설교 방법 공유, 멘토링을 지원한다.
지난 3일 강단에 오른 서울 여정의교회의 서명수 목사는 “1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향유를 한꺼번에 예수님 발에 부었던 마리아의 행동은 효율적이지 못하고 낭비라는 책망을 받았다”며 “1만 성도 파송 운동에 대해 혹자는 과하고 무모하다고 얘기하지만 이런 낭비되는 것 같은 헌신으로 교회가 다시금 회복되고 주의 영광을 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마지막 설교자인 서울 예수다솜교회의 박두진 목사는 “우리가 인생을 스스로 아름답게 디자인하려 하지만 완벽하지 못하게 되고 이후 후회와 책임감, 비난이 발생하고 나아가 믿지 않는 이들에게 교회에 대한 혐오감마저 주고 있다”며 “우리는 인생을 가장 아름답게 만드시려는 하나님의 디자인 안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초청 예배를 성공리에 마친 분당우리교회 측은 “우리 성도님들은 ‘교회와 성도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작은 교회 목사 덕에 많은 은혜를 받았다’고 말씀하셨고, 초청된 목사님과 성도님들은 ‘빛도 이름도 없이 그 자리를 지켜왔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위로와 힘을 얻었다’고 이야기하셨다”며 “꿈너머꿈 프로젝트가 작은 교회를 물질적으로 후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는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