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점은 국무회의가 열리는 16일이 유력하다. 지난 4일 정부에 이송된 간호법 제정안의 거부권 시한은 오는 19일까지다.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15일 이내 대통령이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헌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윤석열정부의 국무회의가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16일이 거부권 행사의 ‘디데이’가 될 전망이다. 18일은 5·18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일이고, 19일엔 윤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는 일정도 고려됐다.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국민의힘·정부의 건의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거부권이 행사되면 간호법 제정안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윤 대통령의 ‘거부권 2호’ 법률안이 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과 수정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한 물밑 협상을 끝까지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대통령실은 14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지난달 27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키로 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고위당정협의회 이후 가진 국회 브리핑에서 “당정은 간호법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으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간호법을 ‘의료체계붕괴법’이라고 표현하면서 “의료법 체계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 간호만을 별도법으로 제정하면 의료법 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그러면서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만을 분리하면 의료현장에서 신뢰가 깨져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간호법이 공표되면 정부가 민생현장에서 갈등을 방치하는 나쁜 선례가 될 게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여당이 중재에 힘썼지만, 야당의 불통으로 협상의 여지가 사라졌다”며 “이제는 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윤재옥 원내대표는 고위당정 모두발언에서 “정부와 당은 마지막까지 최선의 합의안을 도출하고, 또 민주당과의 합의 타개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거부권 행사는) 윤석열 정권의 자기부정과 기만을 드러낸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반발했다.
한편 당정은 이날 ‘어린이보호구역 안전강화 및 음주운전 근절 대책’과 관련해 어린이보호구역의 시작과 끝을 표시하는 노면표시 및 노란색 횡단보도를 새로 도입키로 했다. 당정은 또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오는 31일까지 주야간 불문 주2회 이상 음주단속을 하는 등 특별단속기간을 운영하는 등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구자창 문동성 박성영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