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들이 미화원들에게 갑질을 한다’는 온라인 게시글이 허위인 것으로 드러난 이후에도 여경을 겨냥한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 안팎에선 여경 무용론 등이 끊이지 않는 데는 그릇된 ‘여경 혐오’가 자리하는 탓이라고 본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커뮤니티 회원은 최근까지도 서울경찰청 61기동대 소속 여경에 대한 비난글을 퍼 나르고 있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게시된 원글은 ‘여성 대원들이 미화 담당 주무관들과 함께 화장실 등을 이용할 수 없다며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경찰 감찰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대림동 여경’ ‘뒷짐 진 여경’ 등 과거 논란을 빚은 사례와 맞물려 여경 무용론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악플 공세에 시달리던 해당 여경 4명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끝에 결국 전출을 갔다.
사건·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모욕당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9월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리던 남성은 출동한 여경을 때리며 “눈 그렇게 뜨지 마라. 하는 것도 없는 여경이”라고 했다. 같은 해 2월엔 가게 주인을 상대로 난동을 부리던 남성이 여경을 향해 “이X 말고 남자가 와라. 여경은 빠져라”며 모욕한 혐의로 처벌을 받기도 했다. 2021년 3월에는 술에 취해 택시요금을 안 내던 남성이 ‘마스크를 써 달라’는 여경을 향해 “술집에나 가라”고 발언한 일도 있었다.
상황이 심각하자 경찰청은 지난해 여경 혐오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보고서는 “여경에 대한 혐오는 명백한 성차별이며 경찰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문제라는 관점에서 공적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경찰이 여경 무용론을 방관하는 모습 자체가 조직의 결속력 문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가짜뉴스가 퍼지는 문제만 해도 여경이 개별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경찰 조직 차원에서 엄중히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