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통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야당 연합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후보 간 2파전 양상을 띤 튀르키예 대선이 14일(현지시간) 치러졌다. 이번 대선은 승자에 따라 대서방·대러시아 외교정책이 달라질 수 있어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로 평가됐다.
튀르키예 대선 투표는 이날 오전 8시 시작돼 오후 5시에 종료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각각 40%대 득표율로 박빙의 대결을 벌인 가운데 근소한 차이로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앞선다는 시각이 많았다. 지난 11일 지지율 3위인 야권 2위 후보 무하람 인제 조국당 대표가 사퇴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에서 투표한 뒤 “조국의 미래와 튀르키예 민주주의에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앙카라에서 투표를 마친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이 나라에 신의 뜻이 임하고 봄이 올 것”이라고 했다. 선거 결과의 윤곽은 이날 밤늦게(한국시간 15일 새벽) 나올 예정이다.
미국과 서방, 러시아도 이번 대선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집권 내내 비동맹 노선을 고수하면서 서방에서 ‘골칫거리’로 불렸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중립을 이유로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오히려 러시아의 무역 파트너이자 외교적 중재자 역할을 맡았다.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막고 있는 유일한 훼방꾼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에르도안이 패배하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유럽 지도자들이 기뻐하리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르도안이 축출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거의 확실히 패배자로 간주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튀르키예의 간디’로 불리는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당선 시 친서방 쪽으로 외교 노선을 더 틀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마지막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해 “서방의 지시를 받고 있는 야당이 당선되면 서방 요구에 굴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