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이바흐 같은 럭셔리 자동차 회사들이 조용히 준비해 온 회심의 전기차들을 속속 꺼내놓고 있다. 브랜드 명성에 걸맞은 제품을 내놓기 위해 속도에 연연하지 않고 오랜 담금질을 거친 만큼 성능도 압도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마이바흐는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2023 상하이 모터쇼’에서 브랜드 첫 전기차 ‘마이바흐 EQS SUV’를 처음 공개했다. 마이바흐 관계자는 ‘전기차 출시가 늦은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마이바흐의 전기차이기 때문에 완벽해야 했다”고 답변했다.
이 차량의 성능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고출력 484㎾, 최대토크 950Nm의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4.4초면 충분하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600㎞(유럽 WLTP 기준)까지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사양은 더 놀랍다. 상하이 모터쇼에서 이 차를 본 관람객들은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 수준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한국에는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마이바흐보다 먼저 포문을 연 건 영국 롤스로이스다. 지난해 10월 첫 번째 전기차 ‘스펙터’를 처음 공개했다. 전폭(차량 너비) 2080㎜, 전장(차량 길이) 5453㎜의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롤스로이스 차량 중 가장 낮은 공기저항 계수(0.25)를 달성했다. 한국에는 올해 4분기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롤스로이스가 먼저, 전동화는 그다음(Rolls-Royce First, Electric car Second)”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개발 과정에서 롤스로이스 고유의 특징을 잃지 않았다는 걸 강조했다. 그는 “마법의 양탄자를 탔거나, 물 위를 떠가는 것 같은 승차감 등 롤스로이스의 특징을 스펙터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도 했다.
벤틀리도 2030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애드리안 홀마크 벤틀리 CEO는 지난 3월 한국을 찾아 “벤틀리의 가치는 전기 파워트레인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벤틀리의 전기차는 단순한 전기차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벤틀리의 첫 전기차는 ‘뮬리너 바투르’의 디자인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벤틀리는 당초 2025년에 첫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2026년으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이 목표보다 늦어져서다. 홀마크는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첫 전기차는 1000마력 이상의 강력한 출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럭셔리 자동차 회사들은 대부분 비스포크(맞춤제작) 방식으로 제작한다. 패션업계에서도 맞춤 정장은 기성복과 달리 속도보다 품질이 관건인 것처럼 럭셔리 차 회사들의 전기차는 양산 전기차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