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리단길’로 불리며 MZ세대들이 즐겨 찾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은 50여년 전만 해도 서울의 모든 오물이 쌓이던 곳이었다. 근처 상암동에는 쓰레기 매립장이 있었고 망원동에는 분뇨 처리장이 있었다. 도심 개발로 갈 곳 없던 가난한 사람들은 악취가 코를 찌르는 망원동에 판잣집을 짓고 살았다. 어른들은 일당 1500원짜리 막노동으로 돈을 벌었고 아이들은 오물 속에 발을 담그고 동전을 찾아다녔다.
이 소식을 접한 이상양(1942~1977) 전도사는 망원동을 찾아가 하루 100원짜리 방에서 먹고 자면서 어린아이들을 가르쳤다. 또 주민을 위한 공동 화장실을 지었고 ‘한 집에 한 통장 갖기’ 운동을 벌여 ‘내 집 마련’의 꿈을 꾸게 했다. 복음 전파를 위해 애린교회(현 망원제일교회)를 세우는 등 몸과 마음을 다해 헌신했던 이 전도사는 망원동에 온 지 5년 만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정말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뚝방촌의 성자’로 불리는 이 전도사가 세운 망원제일교회(홍성인 목사)가 14일 교회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교회는 지역을 위해 헌신의 모범을 보인 이 전도사의 부조를 만들고 기념전시를 진행하며 유가족 및 성도들과 함께 그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제막식에서는 이 전도사와 같은 시절을 보낸 이들의 회고가 이어졌다. 1971년부터 망원동에 살았다는 이선우 장로는 “72년 여름 젊은 청년이 찾아와 집집마다 호구조사를 하더니 먹을 것 없는 집에 쌀을 갖다 주고 몸이 약한 사람을 업고 병원에 데려다 줬다. 그분이 바로 이상양 전도사”라며 “마을 주민이 돌아가시면 직접 염을 할 정도였다. 그분 덕분에 나도 회개하고 하나님을 만났다”고 고백했다.
제막식에 참석한 이 전도사의 아내 박영혜 도림교회 장로는 “망원동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에 남편이 참여해 복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망원제일교회가 하나님의 은혜 안에 사랑과 믿음의 공동체가 되길 기도하겠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교회는 다음 달 3일까지 이 전도사 관련 자료와 조카 이순배 작가의 작품이 담긴 전시회도 진행한다. 홍성인 목사는 “이 전도사님이 지역을 섬긴 숭고한 사역은 한국교회가 사회의 신뢰를 잃고 어려운 가운데 부흥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우리 교회는 이 전도사님을 기억하고 그의 사역을 계속 증언하면서 그 뜻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