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진흥을 외쳤던 윤석열정부가 취임 첫해에 수소 관련 예산을 대폭 감액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특별회계(에특회계)에 포함된 수소차 보급 및 충전소 설치 사업은 윤석열정부의 추가경정예산에서만 2250억원이 감액됐다. 수소생산기지 구축 사업은 지난해 추경과 올해 예산을 포함해 2년 연속 감액 대상에 올랐다. 정부는 에특회계 재원 부족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국정과제로 제시된 수소 정책을 홀대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일보가 14일 입수한 ‘에특회계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 자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두 차례 에특회계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 5월 추경에서는 선제적 지출 구조조정 명목으로 12개 사업 3248억원을 감액했는데 이 중 수소 비중이 가장 컸다. 수소차 보급 및 충전소 설치 사업 예산 감액분이 2250억원으로 전체의 69.3%를 차지했다. 수소생산기지 구축 사업도 별도로 36억원이 감액됐다.
수소 관련 지출 구조조정은 올해도 계속됐다. 모두 45개 에특회계 사업에서 1464억원이 감액됐는데, 수소생산기지 구축 사업은 추가로 92억원이 감액됐다. 성과가 미흡하거나 집행이 부진하다는 게 감액 사유였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때 수소산업 진흥책을 제시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수소 진흥을 수차례 강조했다. 국정과제 21번에서는 ‘세계 1등 수소 산업’을 내걸었고 28번에서는 ‘전기·수소차 클러스터 구축’이라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국정과제 88번에서는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을 확대하겠다며 2035년까지 무공해차 전환 목표를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에특회계 재원 부족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수소정책 예산 감액은 국정과제 진행 속도를 늦출 것으로 예상한다. 대표적인 게 수소버스 보급 사업이다. 환경부는 올해 수소버스 700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산업부는 수소버스의 심장인 연료전지의 보증 기간 확대와 관련한 예산이 부족해 400대만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수준인 9년 90만㎞ 무상보증을 얻으려면 400대 이상 보급은 어렵다.
부처 간 엇박자도 수소산업 진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수소차 보급은 환경부, 수소연료전지는 산업부 소관이다. 가뜩이나 예산도 부족한데 부처 간 힘겨루기에 진흥이 더욱 더디다는 지적이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위해 한 부처에서 수소차 보급 사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