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안에 이어 이른바 ‘생활동반자법’의 입법화 추진에 교계와 시민단체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입법예고된 이 법안이 사실상 동성결혼 합법화의 길을 터주는 법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교계는 법제화 철회를 요구하는 등 입법 반대 활동에 본격 나서는 분위기다.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수기총), 서울시기독교총연합회 등 1200여개 교계·시민단체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생활동반자법 철회 요구 국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 단체는 “(생활동반자법은) 혼인과 가족 구성이 남녀 양성평등을 기초로 성립된다고 보는 헌법과 민법, 건강가정기본법 등에 정면 배치되며 혼인율 급감과 사생아 급증을 초래하기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생활동반자법은 지난달 26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외 10인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이다. 혼인이나 혈연관계 여부에 상관없이 함께 생활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공동체에 법적인 보호를 부여하는 내용이 법안 골자다. 생활동반자를 기존 가족관계처럼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보호하기 위해 민법을 비롯해 법 25개를 개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안은 생활을 함께하는 동반자에게 동거 및 부양·협조의 의무, 친·양자 입양 및 공동입양 등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고 있어 사실상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법이란 시각도 있다.
수기총 등은 이와 관련, “이 법안이 규정하는 ‘생활동반자 관계’란 남녀 상관없이 ‘성년이 된 두 사람이 상호 합의에 따라 일상생활과 가사 등을 공유하고 서로 돌보고 부양하는 관계’를 말한다”면서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간 동성애 관계에도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자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안을 발의한 용 의원 등은 생활동반자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로 프랑스의 혼인에 준하는 법적 보호제도인 ‘팍스’(PACs·시민연대협약) 사례를 들고 있다. 1999년 팍스 도입으로 출산율이 증가하고 다양한 가족 구성원의 안녕과 가족을 구성할 개인의 자유 등이 보장받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수기총 등 기독시민단체의 관점은 다르다. 팍스가 실제로는 혼인율을 감소시키고, 혼인 외 출산율은 오히려 급증하는 등 실패한 사례라고 본 것이다. 기독시민단체들은 “팍스는 법적 권리는 혼인과 유사하면서 계약 및 계약의 해지에 드는 비용은 혼인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에 이성 커플 사이에서 대중적인 제도로 자리 잡은 것”이라며 “그 결과 프랑스의 혼인은 2019년 22만5000건으로 20년 전보다 23% 줄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팍스 도입 전인 1999년 42.7%였던 혼인 외 출산율이 2021년 63.5%로 급증하는 등 사생아가 급증하는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기독시민단체들은 또 생활동반자법안 발의자 11명 중 9명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4건의 포괄적차별금지법(차금법) 또는 평등법을 동시 발의했다고 지적하면서 “생활동반자법은 차금법을 통과시키려는 꼼수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글·사진=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