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셋이란 나이가 무색했다. ‘가왕 조용필’은 여전히 누군가에겐 오빠이자 우상이었다.
올해 데뷔 55주년을 맞은 조용필이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23 조용필&위대한 탄생’ 콘서트를 열었다. 톱 아티스트라면 누구나 꿈꾸는 주경기장 무대에 벌써 그는 여덟 번째 섰다. 2003년 솔로 가수로서 최초로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 주인공도 그였다.
비가 올 것 같은 궂은 날씨에도 3만5000명의 관객이 야외 객석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공연 직전까지 인증샷을 찍었다. ‘이름만으로 존재의 의미가 되는 조용필’ ‘한국 대중문화의 중심, 꺼지지 않는 영원한 신화 조용필’ 등 팬들이 준비한 플래카드가 주경기장 한 면 가득 걸려 있었다. 50년이 넘게 대중문화를 이끌어온 가수답게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한데 어우러졌다.
오후 7시45분, 가왕이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석은 일제히 환호했다. 불꽃 축제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오프닝으로 포문을 연 콘서트는 점차 열기를 더했다. 조용필은 예전과 다름없는 가창력을 뽐냈다. ‘미지의 세계’로 첫 무대를 장식한 뒤 ‘그대여’, ‘못찾겠다 꾀꼬리’까지 연달아 세 곡을 부른 조용필이 무대 인사를 전하자 여기저기서 ‘오빠!’하는 외침과 함성이 터져 나왔다.
조용필은 “나와 함께 노래하고 춤도 추고 마음껏 즐깁시다. 오케이?”라고 외쳤다. “저는 별로 멘트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노래를) 다 아니까 그냥 즐기세요. 저는 노래할게요. 지난해 진짜 몇 년 만에 콘서트를 했어요. 연습을 많이 했지만 떨리고 부푼 가슴을 어찌할 줄 몰랐어요. 오늘도 많이 환호해주고 같이 노니까 너무 좋네요.”
이번 콘서트에서 조용필은 25개곡을 소화했다. 한 번에 대여섯 곡을 연달아 부르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신곡 ‘필링 오브 유’(Feeling of You) 무대도 처음 선보였다. 히트곡 ‘단발머리’, ‘여행을 떠나요’가 나올 때는 좌석에서 일어난 관객들이 그 자리에서 흥겹게 춤을 추기도 했다. 앙코르 곡인 ‘바운스’ 무대에서 팬들은 축제에 온 것처럼 즐거워했다.
마흔 살인 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이은영(73)씨는 “정말 ‘짱’이다”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 그는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오빠가 아닌데 오빠라고 부를 뻔했다”며 감탄했다. 일흔 여덟이 된 어머니를 모시고 온 서용원(49)씨는 “워낙 레전드 가수라 어머니와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 마침 어머니 생신이라서 선물로 공연을 보여드렸다”면서 “나이가 무색하게 노래도 잘하고 멋있었다”고 말했다.
1968년 록그룹 애트킨즈로 데뷔한 조용필은 솔로 활동 후 히트곡 ‘돌아와요 부산항에’(1976)로 인기를 얻었다.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등이 수록된 1집으로 국내 가요계 사상 처음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이후 국내 최초 단일 앨범 100만장 돌파, 최초 누적 앨범 1000만장 돌파, 일본 내 한국 가수 최초 단일 앨범 100만장 돌파, 한국 가수 최초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공연 등 무수한 기록을 세웠다. 2013년 발표한 정규 19집 ‘헬로우’(Hello)의 수록곡 ‘바운스’(Bounce)는 젊은 세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올 연말 조용필은 10년 만에 정규 20집을 발매할 예정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