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클럽이 예배당?… 청년들, 화려한 조명 아래서 뜨겁게 찬양

입력 2023-05-15 03:05
남빈 뉴송처치 목사가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교회에서 청년 제자화와 홍대 복음화 등 교회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클럽과 술집으로 둘러싸인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교회가 섰다. 건물 지하로 들어가야 나타나는 교회는 얼핏 보면 세련된 공연장같다. 그러나 이곳은 주일마다 청년들이 뜨겁게 찬양하고 하나님을 부르짖는 성령의 임재 장소다.

예배 기획부터 진행, 청년 담당

뉴송처치(남빈 목사)는 과거 클럽이었던 곳을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홍대 근처로 예배 장소를 물색하던 중 문 닫은 클럽을 발견해 임대했다. 지난 10일 교회에서 만난 남빈(38) 목사는 “교회는 청년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너무 딱딱하고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했다”며 “쾌락의 온상이었던 곳을 복음으로 바꾼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뉴송처치 청년들은 화려한 조명 밑에서 손을 들고 뛰며 자유롭게 찬양한다. 설교 시간에도 설교자와 편하게 소통한다. 모든 예배가 청년들의 손으로 기획되고 진행되기에 참여도와 집중도가 높다.

2004년 한남대 영문과에 입학한 남 목사는 목회자의 소명을 받은 후 호서대 신학과와 서울신대 신대원을 졸업했다. 그 후 서울의 한 교회에서 교회학교와 청년부 전도사로 사역하다가 2017년 뉴송처치를 개척했다. 그는 “지금은 청년들이 교회에 나오는 것 자체가 기적인 시대다. 많은 교회가 청년을 위한 투자와 재정도 없이 봉사와 헌신만을 강요하고 있다”며 “청년들에게 집중하는 교회, 청년들이 만들어가는 교회, 청년이 또 다른 청년을 낳는 교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SNS 검색으로 찾아온 청년 다수

개척 초기 남 목사는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SNS 전도를 열심히 했다. 말씀을 예쁜 배경 화면에 적어 배포하고 감각적인 예배 현황 사진을 찍었다. 설교를 2~3분짜리 영상으로 편집해 올렸고 유행하는 드라마나 영화 등을 접목한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교회를 찾는 청년들이 검색을 정말 많이 하고 와요. 그들의 눈에 띌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죠. 그때도 지금도 SNS나 유튜브를 보고 왔다는 청년들이 많아요.”

하나님의 은혜로 동역자도 만났다. 홍대 인근에서 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하는 한민석 장로다. 학원 내에 교목을 둘 정로도 청년 복음화에 관심이 많던 한 장로는 남 목사에게 학원에서 드리는 예배를 맡겼고 남 목사는 자연스럽게 청년들과 접촉점을 찾았다. 지금도 교회는 주일에 학원 강의실을 쓰고 학원은 평일에 예배당을 사용하는 등 꾸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셀 목회로 ‘한 영혼’ 제자화에 집중

‘클럽에서 예배드리는 교회’로 입소문이 났고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이벤트도 많이 하고 있지만 사실 뉴송처치는 ‘한 영혼의 제자화’에 초점을 맞춘 교회다. 남 목사는 ‘평신도 사역자’를 세우는 교회를 꿈꿨다. 성도가 교회에서 주는 열매만 받아먹는 게 아니라 사역자로서 교회를 세우고 공동체를 이뤄가는 것이다.

뉴송처치 셀 리더는 마치 담임목사처럼 셀원들을 섬기고 목양한다. 셀 리더는 ‘탑 리더’가 양육하고 탑 리더는 남 목사가 직접 키워낸다. 남 목사는 탑 리더의 영성은 물론이고 학업·취업·연애·결혼 등 삶의 모든 부분을 함께 고민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탑 리더는 그에게 배운 대로 셀 리더를 섬기고 셀 리더는 탑 리더를 보며 셀원을 섬긴다. 셀원들에게 전할 5분 메시지도 직접 연구해 만들고 유튜브에 올린다. 시간부터 재정까지 보통의 헌신으로는 어려운 사역이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성도들이 모인 곳이니까요. 셀 리더들에게 너희들이 교회 하나씩을 세웠다고 생각하고 사역하라고 권면하죠. 셀 리더가 70여명이니까 교회가 70개 이상 되는 셈이에요. 셀원을 리더로 키워내는 게 우리 교회의 목표입니다.”

프로그램을 거친다고 바로 리더가 되는 것도 아니다. 셀을 열려면 리더가 직접 전도해 셀원을 모집해야 한다. ‘해산의 수고’를 아는 리더가 셀원을 끝까지 품고 기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학을 공부한 청년이 리더가 된 후에도 2년간 전도를 하지 못해 셀을 만들지 못한 예도 있었다.

남 목사는 “그 청년이 2년의 시간을 거친 후 ‘내가 그동안 가짜로 신앙생활을 했다’며 회개하는 은혜가 있었다. 지금은 리더로 잘 섬기고 있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셀은 영적인 가족이 되고 생명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 덕에 개척멤버 7명으로 시작한 교회는 지금 370여명으로 부흥했다.

“홍대”하면 떠오르는 교회되고파

뉴송처치는 1000명의 청년이 홍대 앞을 복음화하는 날을 꿈꾸고 있다. 한국의 젊음을 상징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홍대 인근을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드러내는 장소로 만드는 꿈이다. 이곳이 클럽이나 술집 같은 각종 유혹이 도사리는 곳으로 기억되지 않고 기독 청년들이 거리공연도 하고 청소도 하고 교제도 하는 영적인 지역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를 위해 같은 지역에서 청년들을 위해 사역하는 교회 모임인 네오(NEO)를 만들어 다양한 연합사역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레딩이라는 작은 도시에 도착한 관광객이 택시기사에게 ‘이곳에 무엇이 제일 유명한가’하고 물으면 ‘벧엘교회’라는 답이 돌아온다고 하더군요. 앞으로 홍대 하면 복음과 교회가 떠오를 수 있도록 청년들을 더 사랑하고 섬기겠습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