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요금 인상을 앞두고 재무 개선을 중심으로 한 자구책을 발표했다. 정승일(사진) 한전 사장은 자구책 발표 직후 사의를 밝혔다. 당정은 15일 전기·가스요금 인상 폭을 결정할 전망이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12일 각각 25조7000억원, 15조4000억원 규모의 자구책을 내놨다. 한전은 지난해 발표한 20조1000억원 규모의 재정 건전화 계획에 더해 2026년까지 5조6000억원을 추가 절감키로 했다.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전력 그룹사의 2급(부장급) 이상 임직원은 임금 인상분을 전부 반납하고 3급(차장급)은 절반을 반납한다. 다음 달 경영평가 결과를 통해 성과급이 나와도 1급 이상은 전액 반납하고 2급은 절반을 반납한다. 전체 임직원의 임금 동결은 노조 합의가 필요해 사측이 노조의 동참을 요청했다.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는 매각하고 한전아트센터 3개 층과 서인천지사 등 10개 사옥의 임대도 추진한다. 전국 18개 지역본부 산하 234개 지역사무소를 주요 거점도시 중심으로 조정하고 지역 단위 통합 업무센터를 운영하는 등 조직도 축소한다. 지난 1월 업무통합·조정 등으로 정원 496명을 감축한 데 이어 추가 채용이 필요한 1600여명은 인력 재배치 등으로 채울 방침이다.
한전의 영업 실적은 당초 예상보다 나빠졌다. 한전은 올해 1분기 6조177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8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전기를 비싸게 사오는 만큼 판매 가격을 높이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사의를 밝힌 정 사장도 “전기요금 적기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2분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7원가량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4인 가구가 월평균 307㎾h의 전기를 쓴다고 가정하면 전기료는 현재 5만7300원에서 5만9740원으로 2440원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한전의 영업손실을 2조원가량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공사도 15조4000억원 규모의 경영혁신안을 내놨다. 2급 이상 임직원의 올해 임금 인상분 전부를 반납하고 성과급의 경우 1급 이상은 전액, 2급 직원은 50% 반납한다. 국내 가스수급 안정에 직접 영향이 없는 사업비 1조4000억원은 미루거나 줄이기로 했다. 프로농구단 운영비도 지난해 대비 20% 절감한다.
가스공사의 1분기 미수금은 1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원 늘었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수입 가격보다 판매 가격이 낮은 데 따른 손실을 미수금으로 분류한다. 앞서 가스공사는 가스요금을 MJ(메가줄)당 10.4원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실제 인상 폭은 MJ당 5원 안팎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